“南노래 들으면 슬픔 사라져” 北주민 사연 24일 공개된다

라디오 방송 특징 중 하나는 청취자와 소통이다. 과거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달라며 방송국에 엽서를 보내던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요즘엔 실시간으로 진행자에게 사연과 신청곡을 적은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최근엔 인터넷의 발달로 이제 라디오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진행자와 청취자를 연결하는 매개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예외인 곳도 있다. 여기에 가깝지만 먼 나라, 폐쇄적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는 북한도 포함된다. 10여 년째 민간 대북라디오 방송사들이 북한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송출해오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로부터 ‘방송 잘 듣고 있다’는 답을 듣는 건 쉽지 않다. 주민들이 외부와 소통하는 것을 북한 당국이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통일방송은 공개방송 ‘라디오 통일공감’을 통해 북한 주민과 한국 국민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직접 받아 북한으로 송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남북한 주민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소통하고 북한 내 정보 유입의 필요성을 제고시키겠다는 취지다.

본 공개방송 기획과 진행을 맡은 김민수 국민통일방송 방송국장은 21일 데일리NK에 “이번 공개방송은 이제까지 숨 죽여 대북방송을 들어야 했던 주민들로부터 직접 사연과 신청곡을 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0여 년간 대북라디오 방송을 제작해온 김 국장은 “방송 초기만 해도 북한 정권의 실체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데 중점을 뒀었는데, 이제는 시사·교양·문화 프로그램 등 북한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남북한 주민들이 소통하는 데 매개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과거 분단 독일 시절에도 동서독 주민들 간의 연대 의식을 촉발시킨 매개가 바로 라디오였다. 특히 동독은 북한에 비해 감시와 통제가 느슨해 엽서 교류가 가능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 때 동독 주민들이 서독 라디오 방송을 듣고 사연과 신청곡을 엽서로 보냈다고 한다.

실제 데일리NK가 지난해 ‘통일 과정에서의 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독일서 진행한 기획취재에 따르면, 서독의 라디오 방송이었던 리아스(RIAS) 제작진들은 동독 주민들로부터 매일 엽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리아스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Das klingende Sonntagsrätsel(미스터리한 일요일의 소리)”에 동독 주민들이 보내온 엽서. 리아스는 동독 정권의 검열을 피해 동독 청취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수신 주소를 자주 바꿔가면서 엽서를 받았고, 동독 주민들도 수백 통의 엽서를 보내며 리아스 방송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 사진= 리아스 측 제공

당시 리아스에서 근무했던 페트릭 가버(Patrick Garber) 도이칠란드 라디오 책임자는 “리아스의 음악 퀴즈 프로그램은 방송 말미에 시청자 참여를 유도할 퀴즈 코너를 마련해뒀는데, 동독 주민들이 퀴즈에 대한 답과 사연 등을 엽서에 적어 응모하고는 했다”고 말했다.

가버 책임자는 “동독 주민들이 보내오는 엽서가 많아지면서, 리아스 제작진도 자칫 동독 주민들이 슈타지(stasi, 동독 감시기관)에 적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엽서를 받는 주소를 일반 가정집으로 자주 바꿔야 했다”면서 “이렇게 편지를 받으면서 동독 주민들이 얼마나 외부 정보에 목말라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우리 역시 더 좋은 방송을 만들고자 했다”고 회상했다.

한편 국민통일방송과 협력하고 있는 데일리NK도 북한 주민들에게 사연과 신청곡을 물었다. 이에 응한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가사가 잘 들리는 노래’ ‘우리(북한 주민)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 대북라디오 방송을 듣지 않는 주민은 유행에 뒤떨어진 취급을 받을 정도로 외부 정보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는 추세라는 증언도 전해왔다.

함경남도 한 주민은 최근 데일리NK에 “우리(북한) 방송을 들어도 우리 정세에 대해 알 수가 없다. (때문에) 요즘 남조선(한국) 방송 듣는 재미로 산다”면서 “남조선 방송을 들으면 세상도 배울 수 있고 장마당 가격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신청곡을 묻는 말에 이 주민은 “(북한) 청년들은 가수 거북이의 ‘빙고’를 즐겨 듣고, 중년들은 ‘바위섬’을 좋아한다. 그 노래를 보내주면 좋겠다”면서 “남조선 노래는 여기(북한)와 다르게 남녀 간 사랑 노래가 많던데 듣기에 아주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랫동네(한국) 노래를 들으면 기분도 좋고 슬픔도 다 사라진다”면서 “노래를 정말 보내줄 텐가? 꼭 좀 보내달라”고 덧붙였다.

남북한 주민들에게 보낼 사연을 묻자 “통일이 언제 될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됐으면 좋겠다. 남조선 사람들과 같이 살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고생도 안 할 것 같다”면서 “제주도와 서울이 아주 멋있다던데 꼭 한 번 가고 싶다. 남조선 사람들도 우리를 보고 싶어할까?”라고 말했다.

평양에 거주하는 청년도 “남조선 노래를 처음 들었을 당시 영어가 섞인 빠른 말(랩)이 계속돼 정말 충격을 받았다. 남조선에서 이런 노래를 만들고 있나 싶었던 것”이라면서 “남조선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되도록 가사를 잘 이해할 수 있고 느낌이 좋은 노래를 많이 보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국민통일방송 공개방송은 오는 24일 저녁 7시 합정 신한류플러스 프리미엄라운지에서 열린다. 공개방송 방청 신청은 최옥화 국민통일방송 재정후원팀장(02-6354-2012)에게, 사연과 음악 신청은 간단한 영상으로 촬영해 umg.info@uni-media.net으로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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