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9월 정권 수립 70주년을 앞두고 대사(大赦, 대사면)를 실시한다는 정령을 발표한 가운데, 이와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이 구체화되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히 퍼져나가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함경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관리소(정치범수용소)를 제외한 모든 교화소에서 일반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3년을 감형한다는 원칙을 정했으며, 출소가 진행되는 사업은 8~9월 사이에 이뤄질 것을 예견하고 있다”며 “많은 죄수들이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도 파다하게 퍼지고 있으며, 특히 죄수의 가족들은 이 소식에 크게 기뻐하면서 당국의 사면 집행을 고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례로 한 여성은 인신매매 행위로 재판을 받아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남편이 이번 대사령에 따라 석방될 것이라는 데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대사령 소식을 들은 이 여인은 ‘이때까지 남편을 살리겠다고 7년을 먹을 것과 약을 챙겨 교화소로 오르내리며 온갖 고생을 하고 앞으로 3년을 어떻게 더 버틸까 고심 중이었는데 이런 일(대사면)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얼굴빛이 환해졌다”고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도 “5년 형을 받고 (평안남도) 개천 교화소에 갇힌 아들을 둔 여성이 ‘아들이 (수감된 지) 3년이 지나 이번에 대사령을 받아 나온다’면서 ‘2년의 고생을 덜어낸 것만도 과분하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소식통은 “3년 감형은 반체제범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 죄수들에게 다 적용된 것으로, 아직 나오지 못한 죄수들도 3년 감형을 받아 빠른 시일 안에 감옥에서 나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지금 감옥 안에 있는 죄수들 모두가 흥분 상태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반 북한 주민들도 이번 대사면을 이례적으로 여기면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일 통치하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김일성 시기와 비슷한 감형 형식이 도입됐다’는 등 감탄성이 짙은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장군님(김정일) 서거 때도 대사령은 내려졌지만 6개월 감형이어서 죄수들의 마음만 들뜨게 했고, 실제로 석방돼 나간 사람들의 숫자도 소수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정일 사망 당시 대사령이 내려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그간 내부의 주요 정치적 기념일을 계기로 대사령을 내려 수감자들을 사면 조치해왔다. 이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이후 북한 당국이 매체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대사령은 지난 16일 발표까지 포함해 총 3차례다.
북한은 앞서 2012년 1월에 김일성 생일 100주년과 김정일 생일 70주년을 명목으로, 가장 최근인 지난 2015년 7월에는 광복 70주년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내세워 각각 대사령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2015년 이후 3년 만에 대사령을 발표한 것은 소위 9·9절이라 불리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앞두고 애민(愛民)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충성을 유도하고 체제 결속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통 큰 결단을 내리는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해 민심을 다지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밖에 최근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에서 간부들의 행태를 강하게 질책했다는 내용이 북한 매체를 통해 연이어 공개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애민정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이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건설에 간부들이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민들의 환심을 사고, 동시에 간부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된 연출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