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증세 노동자 러시아서 사망해도 “현지서 버티라”

소식통 "관련 사고 보고에 귀국 불가 원칙만 강조...장례도 못 치르게 막아"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안전장비 없이 건물 난간에서 작업하고 있다(2019년 촬영, 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노동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무역 일꾼과 노동자들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을 보이다 사망하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데일리NK 러시아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심했던 지난 3월경부터 러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들이 발열과 기침, 호흡 곤란 등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지속되고 있다.

사망자 중에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나와 있는 무역 일꾼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에 있는 북한 노동자 대다수가 비자 만료에도 불구하고 불법 체류 중인 관계로 제대로 된 코로나19 진단검사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명 이상 집단으로 발열과 호흡곤란 등 코로나 관련 증상을 보이다 갑자기 사망하는 사례가 나타나자 러시아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코로나 관련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북한 당국은 러시아 내 자국 국민들의 코로나 관련 증상 및 사망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귀국 불가 원칙만을 강조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우(위)에 보고를 했지만 귀국하지 말고 현지에서 버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악성 비루스(바이러스)를 조국에 퍼뜨리지 않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해외 파견 자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 지원이나 격리조치 없이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시신 처리도 현지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하는 상황이다. 소식통은 “국가에서 장례도 치르지 못 하게 했다”면서 “시체를 화장해서 주변에 뿌리는 것으로 나름의 장례를 치렀다”고 말했다.

사망자의 유골을 북한에 있는 유족에게 전달한 사례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경 폐쇄 후 외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일반 노동자의 유골을 북한으로 옮기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 체류 북한 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 증상이 두드러진 이유에 대해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한 직장에서 고정적으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의 건설 현장을 돌며 일을 한다”면서 “특히 이들은 최소 10명 이상이 한 거주 공간을 공유하는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은 철저한 통제하에 출퇴근시에만 외출을 하고 대부분 공장 단지 내 기숙사에서 외부와 접촉이 없는 격리 생활을 하고 있어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비교적 낮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코로나로 인해 로씨야(러시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이 너무 힘들어졌다”면서 “추위 배고픔, 비루스에 대한 두려움과 매일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