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달 10일 제14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힌 가운데, 전국의 대의원들에게 4월 4~5일 양일간 평양에 도착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4월 10일 최고인민회의 소집 결정이 내려지면서 전국의 대의원들에게 내달 4~5일까지 평양에 도착하라는 지시가 전달됐다”며 “이들은 평양시 중구역에 위치한 해방산호텔과 모란봉구역 봉화산여관에 숙소를 배정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현재 내부에서는 이번 회의의 주요 안건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변경된 국가 계획이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소식통은 “이번 회의에서는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전염병으로 달라진 인민경제 전반의 문제들이 토의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의 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는 입법권을 행사하는 북한의 최고 주권기관으로, ▲헌법 및 법령 제·개정 ▲대내외 국가정책 기본원칙 수립 ▲국무위원회·최고인민회의·내각 등 국가기구 인사 ▲경제발전계획 심의 ▲예산안 심의·의결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주요 정책 결정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은 노동당이 갖고 있어, 최고인민회의는 당의 결정을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은 통상 매년 3~4월께 한 차례 최고인민회의를 열지만, 지난 2012년과 201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예외적으로 두 차례 개최했다.
일단 정기회의 성격을 띤 이번 회의에서는 기본적으로 지난해 말 열린 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및 최근 진행된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과 관련한 후속조치와 예산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현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반영해 당적으로 결정한 사업의 집행 계획 등을 조정하는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최근에 평양종합병원을 당 창건일(10월 10일)까지 완공하라는 방침을 내리셨으니 이와 연관된 평양시의 건설 사업이 중요한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라며 “평양종합병원을 우선 세우려면 이미 계획된 다른 건설 사업들을 변경해야 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고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서 연설을 통해 “당 중앙은 올해에 계획되었던 많은 건설 사업들을 뒤로 미루고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당 창건 75돌을 맞으며 완공하여야 할 중요대상으로, 정면돌파전의 첫해인 올해에 진행되는 대상건설 중에서도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할 건설로 규정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밖에 이번 회의에서는 국무위원회 위원의 교체 여부도 주목된다. 특히 최근 당 간부 양성기지에서 발생한 부정부패 현상과 관련해 해임된 리만건을 소환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인물을 선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다수의 인원이 참가하는 최고인민회의를 강행한 점이 이목을 끈다. 그동안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공공장소나 사람들이 밀집된 공간에 나가지 말 것을 권고하면서 건군절(2월 8일) 행사를 소규모로 치르고 김정일 생일 기념일(2월 16일, 광명성절) 중앙보고대회도 생략하는 등의 조처를 취한 것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지금 우리나라에는 전염병 확진자가 한명도 없다고 대내외에 선포하고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안 열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정례적인 국가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보건의료 체계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이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는 지난 21일 일제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20일 공시를 발표하여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를 2020년 4월 10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에게 알렸다”며 “대의원등록은 4월 10일에 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