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에서 체제 불만을 표하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씀을 학습하고, 체제 비판 언사가 나올 수 있는 모임을 자제하라는 지시문을 하달했다. 지속된 경제난에 비판적 의견이 증가하자 내부 단속을 위한 조치에 나선 셈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5일 각 기관 기업소와 협동농장들에 지시문이 내려왔다”면서 “(지시문은) 끼리끼리 모여 먹자판을 벌이며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현상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내용이 중심이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술자리에서 불만이 나오니 모임 자체를 줄이고, 체제 불평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근로자들에게 주의를 줘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김 위원장)의 명언 학습을 짜고 들어 진행하라는 지시도 내려왔다”고 밝혔다. 여기서 최고령도자의 명언이란 김 위원장이 언급한 군수 공업, 문화예술, 농업, 석탄 공업 등 각 부문 지시를 지칭한다.
이는 김 위원장이 요구하는 부문별 목표를 통달하게 유도함으로써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력갱생적 노력도 강조됐다. 소식통은 “지시문에는 혁명의 전 세대들이 발휘한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을 적극 따라 배우는 운동을 계속 힘있게 벌이라는 내용도 있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면서 경제난이 이어지자 경제적 위기를 자력갱생으로 극복하면서 내년에 종료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를 완수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북한 매체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당 정책에 대한 학습을 강조함으로써 내부 동요를 막고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11일 노동신문은 ‘당 정책 학습’에 대한 논설에서 “자기 단위에 주신 위대한 수령님들의 교시를 환히 꿰들지 못하면 당의 의도에 맞게 자기 단위 사업을 전개나갈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지시문에는 추수기를 앞두고 농업 생산량 증대를 위한 구체적인 명령도 포함됐다.
소식통은 “농업 부분에서 가을걷이 준비에 탈곡기 수리 정비와 뜨락또르(트랙터), 달구지 등 소농기구 및 운반 수단들을 충분히 준비하고 앞그루 작물 수확과 뒷그루 작물심기를 적기에 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했다.
농경지가 넓지 않은 북한은 농업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이모작을 많이 하는데 앞그루 농작물로는 밀과 보리를, 뒷그루 작물로는 감자, 옥수수, 양파, 마늘 등의 채소류를 많이 재배한다.
아울러 지시문에는 “농업전선을 사회주의 수호전의 전초선으로 반제계급 투쟁의 1선 참호로 여겨 알곡 증산을 위한 사업을 조직·진행하라”는 강조도 있었다.
당국에 대한 불평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통제하는 지시와 함께 농업 부문의 생산량 증대가 동시에 강조된 것은 당국이 주민들의 불만이 경제난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당 기관 출신 탈북민은 “사회적인 분위기를 통제하는 이런 지시는 자주 내려오는 일반적인 사항이 아니다”면서 “과거 80년대 경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할 때,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그리고 2009년 화폐개혁 때 등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불평불만을 자제시키는 지시문이 내려온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지속된 경제난으로 주민 불만이 크다는 걸 김정은 정권이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면서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여러 조치를 내놓았지만, 자력갱생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