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 김정은 호언장담처럼 식량 걱정서 해방?

진행 : 북한 주민들은 봄철이면 특히 고달프다고 합니다.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아직 익지 않은 춘궁기(春窮期)를 견뎌야 하기 때문인데요. 당국으로부터 배급마저 끊긴 지 오래인 요즘,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보릿고개를 넘고 있을까요? 데일리NK 최송민 기자와 함께 최근 북한 주민들의 식량 사정을 진단해보겠습니다.

1. 북한에서도 이맘때쯤이면 춘궁기를 이겨내느라 고군분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 시기 주민들의 식량 사정은 어느 수준인가요?

북한 지역은 한국에 비해 기온이 한 달 정도 차이 납니다. 쉽게 설명하면 한국에서는 강원도가 가장 추운 지역이겠지만 북한에서는 오히려 강원도가 제일 더운 지역으로 평가됩니다. 이를테면 강원도에서 채소, 과일을 한참 먹은 지 한 달 지나서야 함경도와 양강도 지역에서는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또한 한국은 비닐하우스를 통해 사시사철 채소를 먹을 수 있지만, 상황이 열악한 북한에서는 농사철 모판에 씌울 헌 비닐박막도 없어 세대별 과제로 수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확한 알곡과 채소는 4월까지만 저장이 가능하고 6월 말 올감자 수확전인 5, 6월 2달간은 보릿고개라 할 정도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2. 주민들이 농사를 지어 비축해둘 수 있는 식량은 어느 정도이기에 매년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건가요?

농민들은 원래 1년 치 분배를 받아야 하는데 ‘군량미’ ‘애국미’ 명목으로 바쳐야하고 일부는 팔아서 생계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4월까지 견디는 가정이 별반 없습니다.
 
그래서 농촌 지역 주민들은 국가농사에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텃밭에 전적으로 의지합니다. 농촌실태가 이 지경이 되다보니 도시 지역 쌀값도 덩달아 오르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생필품 가격도 껑충 뛰는 일도 벌어지는 겁니다.     

3. 춘궁기를 겪는 건 북한 어느 지역이든 다 마찬가지인가요? 지방과 비교했을 때 평양 등 대도시 주민들의 식량 사정은 어떤지요?

춘궁기는 특정 지역에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닙니다. 평양은 중앙기관이 집결되어 있는 수도이고 특히 곡창지대로 불리는 황해도와 평안남도를 끼고 있기 때문에 유일한 식량배급 지역이라 말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춘궁기에는 평양시민들 사정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북한에 군대가 얼마나 많습니까. 120만의 절대다수가 황해도와 강원도 등지에 밀집되어 있으니 농민들이 지어놓은 곡식 모두 군량미로 징수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4. 모내기 전투를 비롯해 수시로 내려오는 동원 명령을 따르려면, 배를 곯은 채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시기 북한 당국의 배급은 어느 정도로 이뤄집니까?

배급은 없어진 지 오래됐죠. 6·28방침(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개선조치)으로 기업소별 자율적인 독립채산제가 실시됐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배급제를 폐지시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전에는 농촌동원된 사람들은 해당기업소에서 발급한 식량정지 증명서와 작업복과 세면도구가 들어있는 자그마한 배낭 하나를 가져가면 그만이었습니다. 해당 농촌관리위원회서 지원자들의 식량과 부식물 일체를 책임지고 공급했었던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국거리나 시금치만 공급해도 참 다행으로 여기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주민들은 40일간 먹을 입쌀과 잡곡을 5대5 비율로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간식으로 엿과 속도전가루, 된장, 소금, 간장까지 본인이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 경우 돈을 내서라도 농촌지원전투에 빠지려하거나 마지못해 동원됐어도 중도에서 도망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5. 그나마 장마당을 비롯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주민들의 호주머니 사정도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시장이 북한 주민들의 배를 채우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까?

최근 시장이 활성화되어 1990년대 대량의 아사 시기보다는 확실히 나아졌습니다. 지금은 굶어 죽는 사람이 극히 적습니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사먹을 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시장을 통해 돈을 버는 장사꾼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시장상인들이 부자가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한 끼 벌이 혹은 하루 동안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시장에 나가는 주민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는 말입니다. 

6. 만성적인 식량난이 계속되면서 주민들도 시장을 통해 자구책을 찾는 모습이군요. 그만큼 당(黨)에 대한 기대나 충성도 하락할 것 같은데, 실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최근 북한 당국이 독려하고 있는 노래 중에는 ‘세상에 부럼 없어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에는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원수님, 우리의 집은 당의 품’이란 가사가 있는데요. 1980년대 이전 국가공급체계에 따라 식량을 비롯한 부식물 공급과 같은 배려를 받을 때의 향수를 그리는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민들 사이에서는 노동당보다 장마당을 어머니 당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장마당에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다 있고 장마당을 통해 생계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7. 김정은이 발표해온 신년사를 보면 분명 주민들의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혀오고 있는데요. 실제 내놓은 전략이나 정책이 있었습니까?

김 씨 일가는 주민들을 상대로 3대째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김일성은 1949년도에 ‘인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현시키지 못했고, 김정일은 주민들의 대량 아사를 방치했습니다.

김정은도 역시 2012년 4월 군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오히려 배급제까지 철폐해 버렸습니다. 욕심만 앞서면 안 됩니다. 본질적인 개선책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반세기가 넘게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핵과 미사일에만 돈을 투자한 결과 인민경제는 병들어 갔습니다. 개혁개방을 통한 민주사회를 건설해야 해결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8. 말씀하신 것처럼 김일성이 주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겠다’고 공언한 지도 수십 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무엇이 북한의 식량난을 이토록 고착화시킨 것일까요?

김 씨 가문의 세습적인 독재체제를 그대로 유지된다면 수십 년이 아니라 앞으로 수백 년이 지나도 인민생활은 절대 개선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핵미사일 시험(실험)을 중단하고 외화를 경제 살리기에 활용한다면 주민생활은 확 달라질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이웃나라 중국에 하루만이라도 가 볼 수 있다면 자신들이 여태껏 김 씨 가문에 3대째 속여 살아왔음을 단번에 절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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