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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이 북한의 수해 복구 때문에 10월로 연기됐다.
북측은 전화통지문에서 그동안 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성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성의있는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준비접촉과 분야별 실무접촉에서도 원만히 합의를 봤으나, 북한 대부분 지역에 연일 폭우가 내려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이로 인해 수해를 복구하고 주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설명했다.
북측은 이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측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실무준비접촉 결과도 그대로 유효하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남측의 이해와 호응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연기 요청이 북한 내부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북한은 김정일의 지시와 말씀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김정일이 정상회담을 연기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때문에 당장 북한 내부에 어떤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김정일 정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일의 권위가 더욱 추락할 것이다. 김정일의 권위는 아버지 김일성에 비해 카리스마가 많이 떨어진다. 90년대 대아사 기간(고난의 행군)이 지나면서 김정일의 권위는 많이 추락했다. 김일성 때는 먹고 살았는데, 김정일 때는 굶어죽는다고 주민들은 생각했다.
이후 북한에 시장이 확대되면서 김정일의 권위는 계속 떨어져 왔다. 물론 김정일이 북한을 통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최근 1~2년 사이 일반 주민들은 김정일을 ‘장군님’으로 호칭하지 않고, ‘김정일’ 또는 심하면 ‘걔’ ‘쟤’로 부르는 경우도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외화벌이 일꾼이 구호나무(북한 정권이 항일 빨치산 활동의 증거라고 주장해온 나무)까지 벌목하여 외국에 팔다 적발되어 처형당할 정도로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과 당, 국가기관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져 있다.
이번 수해 피해로 김정일이 남조선 당국에 남북정상회담 연기를 통보했다는 소문이 돌면 김정일의 권위는 더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주민들 사이에서 ‘이제 평양도 별 것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평양은 이른바 ‘혁명의 수도’로서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특별한 곳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평양도 비 때문에 엉망이 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평양의 권위’도 동반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번에 한국에서 가는 복구지원에 대해 주민들은 고마워 할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복구지원은 신속하고 현장 지원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식량을 주로 지원해야 한다.
북한당국이 물품만 수령하고 ‘우리가 알아서 전달할 테니 그만 남쪽으로 돌아가라’는 주장이 나오지 않도록 잘 협상해야 한다. 북한당국에만 맡겨놓으면 주민들 전달때까지 시간이 너무 걸리며, 평양의 관리들이 빼돌릴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이 이번 만큼은 평양, 지방 가릴 것 없이 주민들에게 직접 지원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도로가 좋지 않기 때문에 트럭, 지프차 등 한국의 차량이 북한으로 가서 주민들을 직접 많이 접촉하고 물품을 전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민간 대북지원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