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국에 “9월 1일 개학” 지시…밀린 진도에 등교 불가피

개학 전 학교 소독·대청소 작업 대대적 진행…코로나 상황에 학생·학부모 '우려' 여전

개학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 6월 4일 평양시 대동강구역 옥류소학교의 개학 당일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메아리 캡처

북한 당국이 최근 전국의 교육 단위에 9월 1일 개학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지만, 북한 당국은 수업 진도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철저한 방역 지침 하에 개학하기로 결정했다는 전언이다.

2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내각 교육성(보통·고등교육성)은 중앙대학들의 조기 개학에 이어 나머지 전국 각 지방대학과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초급중학교(중학교), 소학교(초등학교), 유치원의 2학기 개학을 9월 1일 진행한다는 지시문을 지난 21일 내렸다.

2학기 개학은 통상 매년 9월 1일에 이뤄지지만 예기치 못한 감염 상황에 개학 일정이 다소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여파로 밀린 1학기 진도까지 메우려면 방학을 더는 연장할 수 없다고 보고, 애초 계획대로 9월 1일에 개학하도록 결정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사회주의 교육테제에 따른 법적 수업일수와 시간을 맞추지 못한 상태에서 속성강의를 해도 될까 말까 하는 실정이라는 것이 중앙에 집계됐다”며 “이 때문에 도·시·군 교육부가 각 학교 교무부와 짜고들어 전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사태에 대처해 밀집을 최소화하면서 1학기에 밀린 진도가 없도록 개학 후에 속성수업을 진행하도록 보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대학의 경우에는 본래 오전 강의만 하던 것에서 오후까지 강의를 이어가 1학기에 다하지 못한 진도를 속성으로 보충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은 외부에서 하는 실습 등을 축소하거나 없애 기본 과목 진도를 나가는 데 중점을 두도록 했다고 한다.

한편 북한 당국은 9월 1일 개학 지시와 함께 ‘대학과 학교, 유치원들이 초특급 방역 규정을 준수하도록 도·시·군 당위원회와 교육위원회, 방역지휘부가 책임지고 장악·통제하라’는 내용의 방역 관련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현재 각 소학교, 초·고급중학교, 대학교에는 그동안 자물쇠로 잠겨있던 교실의 봉인을 해제하고 29일까지 대대적인 소독과 대청소를 실시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선군절(8월 25일)과 청년절(8월 28일)은 국가적 휴식일이기 때문에 그날은 제외하고 29일까지 남은 날 동안 소독과 청소를 해야 한다”며 “학교들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리지 않게 날짜별로 나눠서 동원하기 위한 조직사업을 진행한 상태”라고 말했다.

소독 및 청소 작업 이후 30일 하루는 휴식하고 31일은 개학에 앞서 예비등교를 하게 되는데, 북한 당국은 예비등교 때 원인이 무엇이든 37.5℃ 이상의 발열 증세를 보이는 학생이 학급 내 7%가 넘으면 즉각 도·시·군 방역 당국에 보고하고, 추후 도 당위원회의 휴교 결정 등에 따르라는 지침도 제시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밀린 수업 진도를 어떻게든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 고열증세를 보인 학생들을 따로 격리해서 개별적으로 학습하도록 조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북한 함경북도 남양노동자구 시내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아울러 북한 당국은 교육부문과 보건부문 일꾼들이 이번 개학일 전후로 학생들의 발열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라고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역 병원과 진료소는 학생들이 등교할 때 학교 정문에서 1차로 열을 재고, 담임 교원이나 교무부 교원들은 교내에서 2차로 열을 측정해 이상 현상을 발견하면 즉시 도·시·군 당과 방역 당국에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소식통은 “이전에는 예비등교 때 학교 운동장에서 전교 모임도 하고 헤어졌는데 이번에는 학급별로 진행하고, 9월 1일 개학 당일에도 전교생들이 모두 모여 조회 모임을 하거나 분열행진을 하지 않고 조용히 열을 재고 들어가 교실에서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지방의 소학교나 초급중학교는 학급생들이 한 장소에 모여 노래를 부르면서 함께 등교하는 ‘집체등교’ 관습이 있는데 이번에 이것을 깨고 지시가 있을 때까지 개별 등교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여전한 코로나19 상황 속 개학 지시에 걱정과 우려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속에서는 아이를 보내지 않겠다는 여론이 상당하고, 소학교와 초·고급중학교, 대학교 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도 가능하다면 자녀를 휴학시키고 싶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말로는 전염병 확진자가 없다고 하지만 주변에 열병들이 만연하니 사람들은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들을 한다”며 “다만 학부형들은 휴학하게 되면 이 경력 때문에 자식이 졸업 후 배치나 간부사업에 지장을 받을까 하는 마음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