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약속-中 경제지원 맞교환 할까?

김정일과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번 회담 결과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또 김정일이 이번 방중에서 경제시찰을 집중적으로 실시한 만큼 북한 경제정책의 변화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일이 방중 엿새째인 25일 오전 베이징(北京)에 도착함에 따라 이날 중 후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의 경제 지원뿐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중관계 및 남북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북한의 대내외 사정을 감안할 때 김정일이 비핵화 선언을 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김정일 방중과 관련해 중국이나 북한의 공식적인 발표가 나와봐야 알 것 같지만, 이번 방중이 북중뿐 아니라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방중 목적과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대북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은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등의 여파로 남한과의 경협 및 교역까지 완전히 차단된 상황이다. 중국의 도움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특히 김정은 후계체제 안정을 위한 경제난 극복이 사활적 과제로 나서는 상황에서 2년에 걸쳐 3번이나 중국을 방문하는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의 지원에 대해 김정일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비핵화 문제와 개혁개방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3단계 방안에 대해 한미와 중국이 합의를 이룬 만큼 김정일이 후진타오 등과의 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 긍정적인 답변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정일은 이미 지난달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한미 뿐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들과도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박의춘 북한 외무상도 지난 17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한다는 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용의가 있다”면서 “관련 당사국들과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비핵화 대화 재개의 문턱인 남북대화를 위한 북한의 노력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지원을 조건으로 비핵화 조치와 남북관계 개선을 김정일에게 요구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중국은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정세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김정일에게 남북 관계 개선을 강조함과 동시에 김정일을 설득하기 위해 일정 정도의 경제적 지원 등을 약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김정일의 작년 방중 당시 중국이 별다른 지원을 해주지 않았지만 후진타오 임기 말에 한반도 안정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경제적 지원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연구위원은 “중앙정부나 성(省) 차원의 투자를 김정일에게 약속해 비핵화 및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도록 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중국이 비핵화 성과를 내기 위해 북중 경협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김정일의 방중 이후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제스처를 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월에 열린 비핵화실무회담 재개를 비롯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등 유화공세에 다시금 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 입장에서 경제지원을 받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유화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일은 방중 내내 경제발전 시찰을 집중적으로 벌이며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행보를 이어갔다.


김정일은 난징에서 유명 전자업체인 ‘중궈뎬쯔슝마오(中國電子熊猫·중국전자 팬더)’를 참관했다. 전날에는 장쑤성 양저우에서는 대형 할인매장을 방문했으며, 앞서 21일에는 창춘의 대표적 산업시설인 이치자동차 공장 등을 둘러봤다.


이 외에도 제어계측기기, 태양광·풍력발전설비, 생물·의약 분야의 380개 첨단 바이오업체가 밀집한 양저우시 경제개발구도 방문했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4일 “북한과 중국 간 각급에서의 인사교류는 북한의 개혁 개방을 촉진하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해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제한적인 개방조치만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체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차원의 개혁개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김정일 방중을 계기로 북한이 개혁개방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은 여러번 제기됐으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개혁개방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시장을 통제하는 등 사회주의 경제체제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조치들을 취해왔다.


전 연구위원은 “북한이 김정일 방중을 계기로 개혁은 하지 않은 채 부분적인 개방만을 할 가능성은 있다”면서 “특히 김정일은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선에서만 중국의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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