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상 상황이다”…中 파견 무역일꾼에 ‘방역자금’ 마련 지시

소식통 "코로나 사태로 北무역일꾼 벌이 마땅찮은데…충성자금에 방역자금까지 이중고"

중국 랴오닝성 단둥 세관 인근에서 트럭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이 최근 중국에 나와 있는 무역일꾼들에게 내부 방역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감염병 사태로 벌이가 마땅찮은 상황에 처한 북한 무역일꾼들은 당국에 바칠 충성자금과는 별도로 추가적인 자금을 마련해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북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지금 조선(북한)에서 바이러스 방역 사업을 철저히 벌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최근 중국에 있는 무역일꾼들에게 방역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중국에 파견된 무역일꾼들에게 바이러스 대응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강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 당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주민들의 개인위생 강화를 주문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고 엄격하게 관련 상황에 대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감염병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북한 당국은 무역일꾼들에게 ‘조국의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자금을 마련해 보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개별 1500위안(한화 약 25만 원)이라는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 무역일꾼들은 당국의 이 같은 자금 강요로 인해 곤란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조선의 무역일꾼들은 당국의 무리한 자금 마련 지시에 불만이 많지만, 돈을 바치지 않으면 조국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까 두려워 무리해서라도 돈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미 상납금을 바쳐 기본 돈이 없는 데다 폐렴 때문에 벌이도 없어 중국 대방(무역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이들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중국 무역일꾼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필요한 자금 뿐만 아니라 당국에 바칠 충성자금도 마련해야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 내 공장이 문을 닫고 무역도 차단돼 벌이가 마땅찮은 상황인데, 방역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물론 북한 당국이 부과한 충성자금 할당량까지 채워야하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지난해 12월 조선에서 대사관을 통해 무역일꾼들에게 상납금 할당량을 줬고, 지금은 총화 단계에 있다”며 “문제는 폐렴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안돼 상당히 많은 무역일꾼들이 상납금을 바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황이 이런데도 조선은 음력설이 끝난 직후에 ‘국가가 비상 상황이다’ ‘당 자금 내는 문제는 바이러스를 핑계로 예외가 될 수 없다’면서 무역일꾼들을 다그칠 뿐 사정을 봐주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무역일꾼들은 ‘예비금으로 감춰뒀던 돈까지 꺼내야 할 판’이라며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중국 랴오닝(遼寧)성에 있는 한 북한 무역회사의 경우, 지난해 말 10만 달러(약 1억 1000만원)의 충성자금 할당량이 내려졌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북한 식당. /사진=데일리NK

한편, 식당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외화벌이에 차질을 빚고 있다다고 한다.

소식통은 “작년 말에 정해진 곳 없이 무작정 중국에 나온 노무자들이 많은데, 지금까지 일도 못 구하고 폐렴 때문에 방에 갇혀 있다”면서 “이들은 밥값이라도 벌기 위해 방에서 할 수 있는 수공업 일을 하고 있는데 1인당 하루 10위안(약 1600원)도 못 벌고 있다. 그런데 채소값도 비싸져서 지금 먹는 것이 형편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중국 내 무역일꾼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와 접촉한 한 북한 무역일꾼은 “평양에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들었다”면서 “중국에 나온 일군(일꾼)들 대부분이 평양에서 온 사람들이라 다들 가족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전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국경이 폐쇄돼 중국에 갇혀있는 신세”라며 “위(북한 당국)에서는 기다리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지시가 없어 답답하다. 중국도 사망자가 1000명이 넘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빨리 (북한에) 들어가고 싶어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