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위부 ‘슈타지’로부터 감시기술 배워”







▲우드로윌슨센터 냉전시기역사프로젝트
선임연구원 베른트 새퍼 박사는 현상황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인 역사학자 베른트 새퍼(Bernd Schaefer) 박사는 동독 붕괴에서 북한이 배울 교훈으로 “외부정보의 유입”을 꼽았다.


한스자이델재단의 초청으로 방한 중인  새퍼 박사는 지난 25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정보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지를 용의주도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베른트 새퍼 박사는 미국의 세계적인 국제정치학회인 우드로윌슨센터(Woodrow Wilson Center) 냉전시기역사프로젝트팀(Cold War International History Project) 선임연구원으로 과거 동독 정보기관으로 공포정치의 대명사였던 슈타지(Stasi)의 기록문건들을 통해 냉전시기 동독 및 구 동유럽 공산권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새퍼 박사는 단순한 정보의 유입만으로는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기 어려우며, 그보다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수십 년 뒤쳐져 있고, 우리 정부가 말해주는 것은 모조리 진실이 아니며, 우리는 경제적으로 뒤떨어져 있으며, 곧 망할 것”이라는 국민적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스파크(spark, 불똥)”라고 강조하며, 동독의 경우 ‘스파크’는 바로 헝가리와의 국경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1989년 헝가리로 통하는 국경이 개방되자 수천명에 달하는 독일인들이 헝가리를 통해 서독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동독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됐고, 결국 베를린 장벽의 붕괴라는 역사적 사건을 이끌어 냈다.


새퍼 박사는 과거 동독과 북한과의 짧았지만 긴밀했던 동맹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또 이러한 관계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북한의 외교 관계는 1980년대 중반까지 중국과 소련에 더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동독과의 관계는 소원했다. 하지만 70년대 말 중국에서 개혁이 일어나고, 곧 이어 80년대 중반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로 인해 이러한 외교관계의 지형도가 상당히 바뀌었다.


“북한은 중국의 개혁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비판적이었고, 또 개혁의 바람이 북한으로 흘러 넘칠까봐 상당히 초조해했다. 이것이 반(反)개혁적인 동베를린과 평양 두 정권의 동맹관계의 시작점이 되었다.”


그 예로 당시 북한은 모스크바와 중국에 나가 있던 유학생들을 불러들여 이들을 다시 동독으로 유학 보냈다. “북한은 당시 갑작스럽게 많은 학생들을 동독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1989년까지 1500명이나 되는 북한 학생들이 동독에 있었다.”


이와 관련 헝가리와 폴란드가 개혁적인 정책을 시작한 이후 자국 유학생들이 이웃 공산주의 국가로 여행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북한이 동독 정부 측에 요청한 자료가 있다고 한다. 새퍼 박사는 이에 대해 “동독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이한 요청”이었다며, 이를 외부 세력에 대한 북한 당국의 편집증적인 공포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예로 슈타지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와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들었다. 슈타지가 북한에 협조했던 중요한 한가지 사건으로 ‘1989년 평양세계청년축전’을 들 수 있다.


“당시 전세계 177개 국가에서 2만5000여 명의 학생들이 갑자기 평양으로 들이닥쳤다. 이에 북한 당국은 보안업무와 관련해 동독에 각종 지원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이 원했던 것은 모든 종류의 감시기술이었다. 여권판독기술, 비디오카메라 등을 포함해 20여 개의 체크포인트를 설치해달라, 축전참가자들의 명단을 체크해달라는 등 다양한 요구가 있었다.”


그는 또한 “동독은 국민들을 감시하는 기능을 놓고 봤을 때 세계 다른 어떤 공산권 국가들보다도 월등한 수준을 갖추고 있었다”며 당시에는 “그 어느 누구도 북한이 동독이 갖추고 있었던 완벽한 수준의 감시체제를 가질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북한 당국이 외부 군사공격에 의한 과도한 공포심으로 인해 슈타지에 협조 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북한으로 들어가서 공격을 개시할 것으로 들었다고까지 했다. 이에 대해 슈타지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IRA는 보통 북아일랜드에서만 활동합니다. 그들이 그런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라고만 답변해줬다.”








▲ 새퍼 박사가 독일 슈타지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협력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