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기수출 안보리 회부…무기장사 타격

지난 12일 수송기를 통해 운반 중이던 북한산 무기가 태국 당국에 압수당한 일류신(IL)-76기 억류 사건의 전모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전문가 100명을 투입해 수송기에 적재됐던 북한 무기 박스 145개를 개봉하고, 정확한 무기 종류와 목적지를 확인 중이다. 현재 무기 박스들은 방콕 북쪽 230km에 위치한 나혼 사완의 공군기지에 보관돼 있으며, 빠르면 이주 안에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수송기 안에 적재된 북한 무기들의 총 가격은 1천8백만 달러(약 2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태국 경찰청의 수피산 팍시나리낫 조사국장은 15일 “북한 무기들은 가격으로 환산하면 1천8백만 달러어치며, 아직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무기”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무기들은 로켓 발사기,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과 그 부품, 유탄 발사기(RPG), 폭약, 탄약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압류된 무기 중에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WMD) 등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정부는 또한 압류한 북한 무기를 전량 폐기할 방침이라면서, 유엔에 무기 폐기비용과 관련한 자금지원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北무기 ‘최종 목적지’는?…중동, 아프리카 반군단체 유력


IL-76기에 적재된 북한 무기들의 규모가 점차 그 실체를 드러나고 있는 것과 달리 무기들의 최종 목적지는 아직도 불투명한 상태다. 태국 당국도 무기의 최종 목적지 등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파니탄 와타나야곤 태국 정부 부대변인은 “이 화물기가 스리랑카 수도인 콜롬보로 향하고 있었지만, 중동 등 다른 지역이 최종 목적지였을 가능성도 염두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외에도 시리아, 이란, 미얀마 등이 목적지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은 이들 무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적지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제공하기 위해 이를 주문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무기를 선적한 것으로 의심돼 미 해군의 추적을 받아 북한으로 돌아간 강남호의 목적지였던 미얀마도 무기의 최종 목적지로 지목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무기들의 목적지가 무장반군들이 주로 활동하는 수단 등 아프리카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 인텔리전스 위클리’의 크리스찬 르미에르 편집인은 ‘IL-76기는 비행 경로 등으로 미뤄 수단을 향했을 가능성이 있고, 북한 무기가 수단에 내려지면 차드를 거쳐 소말리아 무장단체에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안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시몬 베이지먼 박사도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과 유탄발사기 등 IL-76기에 실린 북한 무기는 전투기, 탱크 등 정규군 장비를 겨냥해 주로 아프리카 반군이 사용하는 화기라는 점에서 아프리카 무장단체로 흘러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엔 제재위 회부 예정…추가 제재 없어도 北 압박 느낄 것


한편, 태국 정부가 45일 이내에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고 나면, 이번 문제는 국제사회의 제재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미국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다음 단계는 이 사안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회부하는 일”이라며 “제재위는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도 이번 사안에 대해 “안보리 결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태국 정부가 조사를 끝낸 뒤 제재위에 공식 보고서를 제출하면 관련 협의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무기밀매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해서 안보리에서 추가제재가 논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의 내용에는 무기 수출을 금지한다는 조항만 명시되어 있을 뿐 이를 어겼을 경우의 상응 조치는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결속 아래 이뤄진 이번 무기압류 조치로 인해 북한이 받게 될 압박의 세기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북한의 주 외화수입원인 무기밀매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태국 당국은 압수한 북한 무기들의 최종 목적지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해외 분쟁 지역에 상당량의 무기를 수출하는 북한이 이번 사태로 구매자를 찾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위기그룹’의 북한전문가 댄 핑크스톤 씨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무기) 공급자인 북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만일 누군가 북한산 무기의 고객이라면 남들이 주시하는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구입하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신문은 또한 “북한 정부는 아직까지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북한 관영 매체들은 유엔의 제재 조치에 대한 통상적인 비난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