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협상국, 바이든 당선에 최선희 중심 새판짜기 돌입”

소식통 “해체 아닌 '강온양면 전략' 준비 中...리선권도 자리 유지할 듯”

북미정상회담, US-DPRK summi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위해 걸어오고 있다. /사진=케빈 림, 더 스트레이츠타임즈(Kevin Lim, THE STRAITS TIMES)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국이 새로운 대미(對美) 전략 수립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 당국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외교 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무성 내 대미협상국을 해체하지 않고 강온양면 전략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3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중앙당에서 외무성에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관련한 외교적 지시가 하달됐다.

지시는 두 가지로 ▲‘미국 대통령을 누가 하든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주체적 외교립장(입장)은 견지될 것’과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쌓아오신 해외순방과 로고(노고)의 력사(역사)는 영원히 남는 것이지만 외교실무 사업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전략을 수립하라’는 내용이다.

첫 번째 지시사항의 경우 북한 당국이 대외적으로 밝히고 있는 기본적인 외교 입장이지만  미국 대통령 교체에 따른 외무성 내 잡음이나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명령의 핵심은 외교 전략을 시작부터 다시 수립하라는 두 번째 지시사항으로 이후 외무성에서는 대미 전략뿐만 아니라 대남, 대일 전략까지 수립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현재 이 같은 대외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인사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라고 한다. 최 부상은 한때 혁명화(강제 노역과 사상교육 등의 처벌 조치) 조치를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중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2015년 2개월 혁명화를 받고 돌아온 이후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승승장구하는 최룡해와 유사한 케이스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최 제1부상이 이끌었던 대미협상국을 해체시킬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그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이 국가 대 국가로 실무적인 협상이든 수뇌부 협상이든 할 수 있다는 게 우(위)의 뜻”이라며 “협상을 완전히 닫는 쇄국 정책은 앞으로 외교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김여정 동지나 당(黨)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방식을 따지지는 않겠다는 전략에 따라 대미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 같은 전략 마련에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도 읽혀진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처럼 정상 간 ‘톱다운(하향식)’ 방식이 아니라 실무협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보텀업(상향식)’ 방식으로 북한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맞춰 북한 당국도 기존 조직이 갖고 있는 대미 협상의 경험을 그대로 이어가되 세부 전략과 협상 방식에 대한 새 판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리선권 외무상에 대해서도 특별한 실책이나 과오가 없는 한 당분간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어떤 입장을 내보일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강경한 외교 전략을 밀어붙일 수 있는 매파가 외무성에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다만 북한 내부에서도 미국과의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만큼 대미 도발보다는 대남 도발 카드를 이용해 내부 결속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소식통은 “남조선(한국)에 대해서는 우리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손을 잡을 수도 있고 군사적 전략으로 강하게 나갈 수도 있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다만 앞으로 국제정세 속에서 남조선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