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달러 환율 하락세 지속…김정은, 환율 조정 칼 빼어들까?

조금 올랐다가 1달러에 6200원으로 재차 하락...소식통 "환율 관련한 당국 조치는 없어"

달러
미국 100달러 짜리 지폐. /사진=pixabay

북한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말 폭락한 이후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 조치에도 평균 1달러당 북한돈 8000원대를 유지했던 환율은 최근 한달 새 20%가 폭락하더니 이달 중순경 오름세를 보이다가 다시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NK 복수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4일 1달러당 6200원이었던 평양 환율은 9일에는 6480원, 15일에는 6930원으로 조사돼 일주일여 만에 약 11%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8일 오전 현재 평양의 달러 환율은 6200원으로 또다시 하락했다.

환율 하락세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는 국경봉쇄 이후 밀수가 끊기면서 외화를 쓸 데가 없어진 상황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외화상점이나 백화점에서 소규모로 개인이 소비하는 외화를 제외하고 큰 규모의 외화 소비는 수입품을 사서 유통시킬 때 발생하는데 밀수 차단 이후 이러한 유통이 원활치 않아 환전 수요가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환전 수요 감소로 하락하기 시작한 환율이 1달러당 6천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이제는 ‘돈데꼬’라고 불리는 화폐상들이 달러를 내놓지 않고 있다. 8천원대에 사 놓은 달러를 6천원대에 팔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화폐상들이 움츠러드는 것도 환율 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북한 당국의 별다른 지시나 조치는 없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일반 인민들에게 달러나 비(위안화)보다 국돈(북한돈)을 쓰라고 하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라 늘 하는 얘기”라며 “최근에 환율 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지난 2009년 화폐교환(화폐개혁) 이후 외화 사용 금지 조치가 나왔지만 오히려 그때 이후 딸라(달러)나 비 사용이 많아졌다”며 “만약 지금 외화 사용 자제 조치가 나온다면 미리 정보를 입수한 간부들은 달러 확보해 놓으려고 돈데꼬들한테 달러를 요구해서 환율이 오히려 치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직접적으로 외화 거래에 개입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경제가 더 혼란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환율 정책에 직접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에서 환율 등락이 계속해서 혼조세를 보일 경우 당국이 어떤 방법으로든 칼을 빼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환율이 떨어졌을 때 당에서는 내심 반기는 분위기가 돌았다”며 “이 상태가 조금 더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환율 안정을 위한 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언급했다.

다만, 여기서 코로나로 인한 수입 감소가 환율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 국경봉쇄 직후가 아니라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왜 갑자기 환율이 하락한 것이냐는 의문이 남는다.

소식통은 “국경이 봉쇄될 때부터 당 창건일(10·10) 전후에는 무역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창건일 직전에 밀수 금지 조치가 강화됐다”면서 “당분간 무역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이 퍼져 딸라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북한 환율 하락의 원인으로 코로나 충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경차단이 몇 달 후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외화에 대한 수요가 이어져왔는데, 장기화되면서 기대 하락이 환율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이 이면(裏面)에 있을 수 있다”면서 “조금 더 면밀히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