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주민들의 불법 월경(越境)·도강(渡江)을 막기 위해 북중(北中) 국경 인근 주요 길목에 각종 차단 장치들을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중에는 주민 생명을 위협하는 장치들도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최근 북한 국경경비대가 도강자에게 총을 난사하고 지역 보위부가 탈북 가족을 체포하는 등 국경 경비를 대폭 강화한 것과 연관이 있는 조치로 분석된다.
양강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국경경비대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주요 길목에 밟으면 터지는 폭죽을 묻어두고 있다”면서 “강 인근에 좁은 통로를 제외하고 모든 길을 이런 방식으로 봉쇄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일종의 지뢰 같은 형태로 야간 도강자를 막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소식통은 “도강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미리 설치된 폭죽을 밟으면 우당탕 소리를 내면서 요란하게 터지고 주위가 대낮처럼 환해진다고 한다”면서 “폭죽이 터지면 순식간에 국경경비대 한 개 소대가 나타나 도강자 주위를 둘러싼다는 목표로 이 같은 일을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은 자칫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함정과 쇠못 널빤지까지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폭죽 말고도 쇠꼬챙이가 심어진 함정도 있어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면서 “함정에 빠지면 사람 몸통을 아예 꿰놓는 장치 같이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함정 이외에도 나무판에 못을 박아 깔아두는 형태의 덫도 있다”면서 “독이 발린 철조망이 설치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형태의 함정과 차단물은 일종의 부비트랩(booby trap)으로 사람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부비트랩은 사람이 외견상 무해한 물체를 건드리거나 접근했을 때 작동해 인명을 살상하도록 고안·제조 또는 개조된 장치나 물체를 의미한다.
과거 일부 탈북민들이 강을 건너다 이 같은 부비트랩에 걸려 심각한 상처를 입고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국제사회는 과도한 상해 또는 무차별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특정 재래식 무기의 사용금지 및 제한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Prohibitions or Restrictions on the Use of Certain Conventional Weapons which may be deemed to be Excessively Injurious or to have Indiscriminate Effects, CCW) 제2 의정서를 통해 지뢰, 부비트랩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은 CCW 당사국은 아니지만,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살상용 함정 설치가 생명권 침해와 인명 경시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장치들이 국경연선 전역에 설치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