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탈북을 시도하던 여성이 국경경비대에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탈북하려 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던 친척의 신고로 현장에서 체포됐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국경경비대가 지난 9일 밤 비법(불법)월경하려던 여성을 압록강변에서 체포했다”며 “이 여성은 현장에서 붙잡혔기 때문에 곧바로 후창군(김형직군) 보위부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붙잡힌 여성은 평안남도 출신으로 같은 고향사람에게 돈을 빌려 양강도 혜산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 달리기 장사를 해왔다. 그는 빌린 돈을 갚지 못할 상황이 지속되자 아예 중국으로 도주할 마음을 품었고, 이에 지난 1월 중순 국경경비대에서 근무하는 사촌동생 이모 씨(24세)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는 이 씨를 통해 몰래 중국으로 넘어가려 했으나,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통에 성사되지 못했다.
별 수 없이 이 씨 지인의 사택에 한 달이 넘도록 숨어 지내던 이 여성은 결국 이달 초 ‘차라리 나를 중국에 내다 팔고, 그 돈을 받아 고향 사람에게 빚을 갚아라’면서 사촌동생에게 브로커 연결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지난 9일 저녁 사촌동생 이 씨가 일러준 대로 탈북을 하기 위해 홀로 압록강으로 향했다. ‘브로커가 강변에서 불빛을 반짝일 테니 그리로 가라’는 사촌동생의 말대로 깜깜한 밤 반짝이는 불빛을 따라 강변으로 내려갔는데, 그곳에는 이미 국경경비대가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국경경비대가 그의 탈북 시도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사촌동생 이 씨의 ‘밀고’ 때문이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곧 제대를 앞두고 있는 이 씨는 국경경비대 소속으로 일하면서 밀수에 가담했다가 몇 차례 문제시된 바 있었다고 한다. 이 씨는 제대 후 당원이 되려면 이 같은 자신의 과오를 씻고 성과도 낼 수 있는 사건이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친척의 탈북 시도를 신고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해 결국 이 사실을 밀고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체포된 여성은 즉시 보위부로 넘겨져 현재 구류장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일은 중앙 국가보위성에도 보고됐고, 사촌동생 이 씨는 지난 15일 ’지금과 같은 비상 시국에 국가의 보위를 위해 힘쓴 자’라는 공로를 인정받아 김정일청년영예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탈북행위에 대한 단속과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보기로 표창을 내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입당은 물론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기념일)을 맞으면서 대학입학 추천까지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밖에 이번 사건은 국경경비사령부 선전대 순회공연 작품 주제로도 다뤄졌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국경경비사령부 선전대에 이번 사건을 작품으로 각색해서 교양사업으로 활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실제 선전대는 전염병(코로나19)으로 어수선한데도 국경 지역에 내려와 이 군인의 투철한 애국심과 국가보위정신을 따라 배울 데 대한 내용으로 군관과 그 가족들 앞에서 공연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