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제 양대기둥, 정보정치-공포정치

▲ 前국가보위부장 이진수. 87년 사망

만성적인 식량난과 경제적 어려움에도 북한체제가 버티는 것을 보고 많은 남한 사람들이 의아해 한다.

남한식 사고방식대로라면 폭동이 열두 번도 더 일어났어야 하는데도 고요하니 말이다.

북한의 고요, 그 배경에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악명 높은 정보정치와 공포정치라는 양대 기둥이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전보위부(남한의 국정원에 해당)는 정보정치의 핵심부서다. 국가안전보위부는 1987년 8월 부장 이진수가 사망한 후 20년 가까이 부장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 그 역할을 2, 3년 전까지 장성택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김영룡 전 보위부 제1부부장(98년 사망)이 맡았다.

김정일은 보위부에 ‘최고사령관의 보위대’라는 신뢰를 주면서 자신이 직접 보위부를 지도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위부 산하 보위원수는 약 5만 명, 일선에서 정보활동을 하는 보위원은 2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보위원 한 사람이 북한주민 1천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보위원들은 자기가 맡은 관내의 정보원들을 흡수, 교육하고 비밀장소를 이용해 정보를 수집한다. 주민들은 직장동료와 친구 사이라 할지라도 누가 보위부 ‘끄나풀’인지 모르기 때문에 서로 경계한다.

보위사업 원칙에 따르면 정보원들 사이에도 2중3중의 감시를 붙이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김모씨에게 박모씨를 감시하게 하고, 그 박모씨는 또 김모씨를 감시하게 한다. 북한의 반체제 세력이 활성화 되지 못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체제는 조직생활을 통해 주민들 사이에 ▲상호비판, 자아비판을 시켜 반목과 불신을 조장하고 ▲보위부 정보원들을 통해 주민을 감시, 연행하고 ▲안전부(경찰)에서 인민반 감시를 통해 주민들이 서로 뭉치지 못하게 한다. 이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정보원 흡수, 아지트서 교육

정보원 흡수와 교육은 각급 보위기관 특성에 맞게 진행한다. 보위부는 외딴 곳에 정보원 교육을 위한 ‘아지트’를 운영한다.

92년 11월 12일 국가보위부를 방문한 김정일은 국가보위부를 ‘국가안전보위부’로 명칭을 바꾸고, 정보원 교육을 강화해 숨어있는 반당반혁명세력들을 일망타진하라고 지시했다.

‘아지트’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은 1993년 초부터다. 물론 극비리에 진행됐다. ‘아지트’ 건설에 동원된 사람들조차 항일투사나 대남영웅이 살 집으로 생각했다. 수십 개의 방으로 되어 있는 이 ‘호화주택’에서 선택된 정보원들은 일년에 5~10일간씩 교육받는다.

여럿이 함께 입소하면 정보원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반드시 한 사람씩 교육시킨다. 정보원이 교육을 받기 위해 집을 나설 때도 아내에게 출장이나 이동작업을 간다고 말한다.

교육은 보위부장, 담당 보위원들이 직접 한다. “위대한 장군님의 신임과 믿음에 의하여 00동무는 국가보위사업을 하게 되었다”고 정보원에게 믿음을 준다.

보위원은 정보원에게 자기가 목표로 한 대상에 대한 접근, 대화유도, 동향보고와 같은 전문교육을 시킨다. 교육기간이 끝나면 정보원들을 자기 직장으로 보낸다.

‘아지트’의 주인은 핵심군중 가운데서 선발되며, 외부와 일체의 연계를 차단시킨다. 산골에 보기 드문 고급 승용차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아지트’를 보며 주민들은 ‘도대체 무슨 집일까?’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교화출소자, 부랑배도 포섭

보위원들은 공장 담벽이나, 바위 밑, 썩은 통나무 속에 쪽지를 넣는 방법으로 정보원들과 연락한다. 보위원들은 교화출소자나 부랑배와 같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도 대담히 포섭한다. 그러나 ‘아지트’교육까지는 시키지 않는다.

이들을 통해야만 반국가적, 반당적 동향이 있는 정보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수용할 때 보위원들은 협박과 믿음을 동시에 이용한다. 좋은 정보에 따라 100원 상당의 상금(1990년대, 당시 노동자 월급 70원)을 제공했지만, 식량난이후에는 거의 중단됐다.

보위원과 정보원 사이에도 갈등이 존재한다. 어느 지방에서는 정보원이 보위원에게 여행증명서를 부탁했다가 발급이 안되자 “보위부가 안전부보다 힘이 없다”고 소문을 퍼뜨려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고급정보에 대한 대가도 없고, 자신이 고발하여 애매한 사람들이 잡혀가는 것을 보는 정보원들의 마음도 썩 좋지는 않다. 최근에는 보위원들의 정보원 흡수 요구에 불응하는 주민들과 정보임무를 태공(태만)하는 정보원도 늘고 있다.

요즘에는 오히려 보위원을 이용하는 정보원들도 있다고 한다. 정보원들이 외부의 비디오 등 통제 물품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을 내탐하여 보위원에게 알려주고 이를 빼앗아 이득을 챙기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