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아사자 발생 막아라’ 긴급 구제미 방출

지난달 중순 김정일이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등 주요 간부를 모아 놓고 화폐개혁 부작용을 일소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식량난으로 아사 위기에 몰린 주민들을 대상으로 긴급 구제미를 방출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내부 소식통이 이달 17일 전해왔다.


소식통은 “김정일이 직접 회의를 진행한 후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당신들의 임무다’라는 친필 지시문을 지난달 20일 각 도당 책임비서에게 내렸다”고 전했다.


이 지시문을 받은 도당 비서들은 ‘장군님이 직접 지시한 내용이니 배곯아 죽는 사람이 나타나면 자리를 내놔야 한다’고 도당 간부들에게 엄포를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시문에는 특정지역이 거론되면서 ‘아사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경고해 거론된 지역 책임자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고 한다. 지시문에 거론된 지역은 양강도, 함경남도, 강원도 세  곳이다. 


이 지역은 1990년대 중반 대아사 기간에 사망자가 속출한 바 있고 최근에도 식량난을 가장 심하게 겪고 있는 지역이다.


이번 지시에 따르면 인민반에는 매일 5kg, 직장은 규모에 따라 5~15kg의 긴급 구제미가 지급된다. 여기에 필요한 식량은 수매양정성에서 책임지고 지급하도록 했다. 인민반장이나 공장 지배인은 해당 주민들의 식량 사정을 파악해 아사 위기에 처한 세대에 구제미를 우선 지급한다.


실제 1월 말까지 북한에서 화폐개혁으로 식량 유통이 금지되고 물가가 오르면서 상당수 세대가 굶주림에 직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월 1일부터 구제미 지급 조치가 시작되면서 대규모 아사자 발생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인민반장 이외에도 동사무소에서 직접 세대를 돌며 아사자 확인작업에 들어갔고, 이를 정확히 보고하지 않은 일꾼들에게는 책임을 묻는다고 한다. 


북한 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화폐개혁으로 민심이 악화된 조건에서 식량난까지 겹쳐 아사자가 속출할 경우 체제 이탈이나 소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세운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의 구제미 지급 소식을 들은 한 탈북자는 “가뜩이나 소란스러운 데 식량 대책 마저 안 세우면 주민들이 과거처럼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면서 “김정일이 권력 운용에 셈이 빨라 위기를 직감하고 긴급 대책을 세워서 하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