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평양과 평안남도 평성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월세에 대한 수요자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월세집은 전에 비해 늘었는데 요구하는 사람은 지속 줄어들고 있다”면서 “대북 제재에 따라 생활 형편이 안 좋아지면서 집을 빌리는 값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북한에서 월세는 시장화에 따라 유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특히 ‘장마당 세대’들을 중심으로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부모집에 나와 월세집에 거주하려는 요구도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주택 소유자는 개인집을 증축하거나 개조하는 방식으로 돈벌이를 꾀했다. 또한 북한 당국도 해당 거주지 인민반, 보안서(경찰)에 신고하면 문제 삼지 않는 등 비법(불법)행위를 사실상 ‘방치’하곤 했다.
나아가 일부 돈주들은 각 지역이나 연합기업소의 주택지도원들과 결탁, ‘국가주택이용허가증'(입사증) 명의 이전을 받는 방식으로 여러 채의 집을 사들인 뒤 월세를 받고 집을 내주고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근엔 공급량에 비해 수요량이 적어지면서 가격을 흥정하는 현상이 지속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요구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간파한 주민들이 ‘좀 깎아달라’고 대놓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월세집을 내주는 주인은 한 번 가격을 조정하면 고정(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흥정에 잘 응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월세는 주거형태 및 규모와 위치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
소식통은 “평성을 기준으로 땅집인 경우는 보통 한 달에 10달러”라면서 “위치에 따라서도 월세가 달라지는데 시장 가까이에 있으면 20달러, 시내 중심이면 30달러, 아파트인 경우는 대체로 40달러, 좋은 집은 50달러 정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양의 월세는 지방보다 가격이 배로 비싸다”면서 “월세를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좋고 비싼 집보다는 가격이 적당하고 싼 집을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아직까지 우리와 같은 ‘전세’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월세에서도 보증금을 내는 경우도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주인이 목돈이 필요한 경우, 월세를 1년치 한꺼번에 내는 경우는 있다”면서 “이런 경우 5~7% 할인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돈주가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월세를 내주는 것과 달리 가난 때문에 월세를 내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주민들이 집을 내놓고 다른 사람들과 동거하며 월세를 받는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