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농민들, 일손 절실한 추수철에 지원 거부하는 이유는?



▲북한 함경북도 회령 부근의 한 농장마을 채소밭에서 김매기를 하고 있는 주민들. /사진=강미진 데일리NK 기자

추수철을 맞은 북한에서 농촌 주민들이 타 지역 주민들의 농촌지원을 거부하고 이에 당국에서도 동원 지시를 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흉년을 예상한 농민들이 지원을 나온 사람들에게 챙겨줘야 할 몫을 ‘손실’이라고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여느 해 같으면 벼 가을(추수)로 농촌동원이 한창이겠지만 올해는 주변의 대부분 농장들에서 지원노력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작황이 신통치 않은데도 가을에 동원된 인원의 공수(工數)만큼 곡식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농장에서 자체로 가을걷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지역 소식통도 이 같은 소식을 확인했다. 자강도 소식통은 “농장들에서 지원을 요청하지 않아 주민들은 여느 해보다는 덜 바쁜 가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당국의) 농촌지원 지시가 없는 것에 ‘다행’이라는 주민들도 있지만, 대부분 표정이 그렇게 밝지 않다”면서 “흉년이 들었기 때문이라는 소식에 벌써부터 내년 식량 걱정을 하는 주민들이 많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엔 길가에 볏단이 떨어진 모습도 간혹 보였었는데, 올해는 그런 모습도 없다”면서 “대부분 꼼꼼히 작업했기 때문에 가을을 마친 개인 논에서 이삭 줍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지속 강화되고 있는 대북 제재가 농촌은 물론 도시 거주 주민들의 불안감까지 부추기고 있다. 시장 물가가 불안정해서 생계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주민들이 늘어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최근 도시장사가 잘 안돼서 그런지 농촌으로 몰려드는 장사꾼들이 지난해보다 더 많아졌다”면서 “‘쌀독에서 인심이 나온다’는 말처럼 넉넉했던 농촌 인심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가을이면 흔히 볼 수 있던 ‘특식문화’도 많이 소원해진 상태다. 상황이 개선될 요소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주민들이 쌀 한 톨이라도 절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보통 가을이면 떡이나 빵, 혹은 농마국수 등 특식을 해먹곤 했었는데 올해는 그런 가정이 별로 없다”면서 “강연회 등으로 강조하지 않아도 주민들은 이미 생일, 돌잔치 등에 최소한의 음식만 장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가을을 맞아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서 키우던 가축을 도살하곤 했었지만 지금은 내다팔아 식량으로 바꾸려고 한다”면서 “무엇보다 식량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