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인, 수령 ‘총폭탄’ 세뇌에 시달려…인간성 말살”

북한에서 반(反)인도범죄가 벌어지고 있고, 북한 지도부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서울에 인권사무소를 설치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인권기록센터를 만들어 북한 지도부에게 인권침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국제사회와 한국이 왜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북한에서 인권유린을 당했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오늘은 북한에서 군관으로 활동한 김훈 씨를 통해 북한 내 인권 실태에 대해 증언을 들어봅니다. 김훈 씨 안녕하세요?

– 북한에선 보통 몇 살에 군에 입대하나요?

중학교(우리의 중·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보통 17, 18살 정도 되는데, 졸업 직후 입대하게 됩니다. 저는 18살에 입대해 45살에 제대했습니다. 군관, 즉 장교로 복무하느라 25년 동안 군 생활을 한 것이고요. 보통 하전사(일반 병사)는 10년, 여성군인은 6년 복무합니다.

– 갓 입대한 초병들에게는 어떤 교육이 이뤄집니까?

북한군이라면 육해공군 모두 같은 내용의 교육을 받습니다. 군사훈련은 전체 훈련 중 40%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요, 나머지는 김일성·김정일주의 교양을 받아야 합니다. 사상 교육이죠. 북한은 군인들을 김일성, 김정일에게 충성을 다 하는 총·폭탄으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사상적인 주입도 많이 하는 것입니다.

– 군인인데도 군사교육보다 정치사상 교육 비중이 더 많군요. 사상 교육에선 어떤 내용을 다루나요?

오직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에게만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고, 그들의 명령이라면 물과 불 속이라도 뛰어들어야 한다는 사상적 각오를 갖게 합니다. 김 씨 부자를 위한 희생정신을 갖게 하는 것이죠. 김일성이 이 나라를 세우고 김정일이 그것을 계승, 발전시켰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들이 없으면 우리는 초계, 즉 풀뿌리와 같은 목숨일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높이 받들고 이 제도(체제)를 지켜야 한다고 말이죠. 또 그렇게 해야 우리 후손과 자손들에게도 희망이 될 것이라 세뇌시킵니다. 그러니 북한 군인들은 나 하나쯤 죽더라도 수령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군복무를 할 때도 사실 수령을 지키는 걸 굉장히 성스러운 일처럼 여겼습니다. 북한은 완전히 봉쇄된 국가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때는 그러한 사상 교육에 완전히 세뇌된 것입니다. 그런데 밖에 나와 보니 북한 군인들에게 요구되는 건 마치 일부 국가에서 자폭 테러를 하는 것과 유사하더군요. 알라신을 위해 어린 소년들이 길거리 또는 다른 군대의 탱크에 들어가 자폭하는 경우도 있던데, 그들이 알라신을 위해 그런다면 북한에선 김일성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입니다.

– 17살이면 세계관, 가치관 등을 한창 형성해갈 시기인데, 이런 일방적인 세뇌 교육이 청년시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습니다. 북한 군인들은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세상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제대를 해도 그들의 세계관은 오로지 17살에 입대해 군대에서 받은 세뇌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사람이 10년 넘게 같은 교육만 받으면 두뇌가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에선 제대 군인들을 두고 ‘3년 석기’라는 말을 씁니다. 머리가 돌처럼 굳어 있기 때문에 제대 후 사회에 나와도 3년간은 세상 물정을 몰라 어리바리하게 산다는 뜻입니다. 또 제대 군인들은 군대에 있을 때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고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굉장히 쇠약해진 상태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머리로는 김일성 사상만 생각했기 때문에 한 명의 인간이라기보다는 당국에 복종하는 도구와 같은 모습인 것이죠.

– 북한은 선군정치를 표방해 군부를 활용한 체제유지를 도모하면서 군에 우선적으로 식량을 배급해 온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군부의 식량 사정은 일반 사회보다는 조금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요즘 사정은 어떤가요?

일반 사회에서는 주민들이 텃밭을 자체적으로 일궈서 식량을 구할 수 있기라도 하잖아요? 그런데 군대에서는 훈련이 많아 농사만 지을 수 없죠. 물론 부업 시간은 줍니다. 자신이 속한 중대나 소대, 초소 근방에 일정한 면적의 밭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업 시간에는 부대의 적막감을 없애기 위해서 밭에 수박이나 참외 등 자신들이 먹고 싶은 채소를 심을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또 다릅니다. 배급되는 식량이 적으니 오직 옥수수나 감자를 심어 그것만 먹으며 생활합니다. 일반 주민들에 비해 먹는 게 조금 더 낫다고 해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오히려 지금은 일반 주민들보다 더 못할 거예요.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은 장사를 해서 먹고 살 수 있지만, 군대에서는 장사를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군대에 있는 20대면 한창 나이인데, 하루 배급되는 식량의 양은 어느 정도인가요?

북한에선 ‘노루마(권장량과 유사한 개념. 보통 호수를 붙여 통용된다. 1호 노루마는 일반 군인에게, 2호 노루마는 군관에게, 8호 노루마는 잠수함 부대에게 해당된다)’라고 부르는 제정된 식량 수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노루마에 맞춰 주지도 못합니다. 노루마에 의하면 한 끼에 200g, 세 끼 600g을 줘야 하는데요. 지금은 한 끼에 140g 정도 나옵니다.

6월에서 8월까지는 그것마저 보장해주지 못해서 자체로 해결해야 합니다. 6월에는 월감자를 수확하게 되는데 그러면 그 때는 하루 세끼를 감자만 서너 알씩 먹습니다. 8월에는 풋강냉이(풋옥수수)를 세끼 내내 먹고요. 한 번은 우리 아들이 오랜만에 8월에 휴가를 나왔길래, 시장에서 옥수수를 사다가 쪄줬습니다. 별미이니 먹어보라고요. 그런데 아들이 말하기를, 이제는 옥수수가 너무 지겨워서 못 먹겠다고 하더랍니다.

– 후방 사업이 그렇게 아무래도 부족하면 어떤 식으로 대체하나요? 먹는 양도 적고, 더욱이 6~8월에는 풋옥수수 감자로 버텨야 한다면 혈기 왕성한 군인들은 무엇으로 허기를 채우나요?

일반 사회에는 협동 농장들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데서 주로 군량미라는 걸 거둬갑니다. 농민들이 수확해놓은 쌀 중 일부를 일차적으로 군에 가져갑니다. 군량미를 먼저 선별한 다음엔 애곡미, 즉 전쟁 예비 물자를 추려 당에 바칩니다. 그러니 정작 농민들은 먹을 쌀이 남아나질 않는 것이죠.

그런데 군인들에게 가는 쌀들도 사실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허기가 진 군인들은 결국 사회에 나가 도적질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잘 때 옆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 나도 영양실조가 걸릴 것 같아요. 옆에서 알사탕 씹는 소리만 나도 온 밤 지새우며 그 쪽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죠. 북한 군인들이 배우는 건 도적질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아들에게 ‘군에 가서 배운 게 뭐냐’고 물었더니 도적질만 배웠다고 하더군요. 양심이 있어서 도적질을 하지 못하는 군인들은 결국 굶어죽게 되는 것입니다.

– 군대에서 영양실조로 죽는 사람들도 많습니까?

네, 많습니다. 그래서 각 부대마다 영양실조 중대라는 게 따로 있습니다. ‘보양중대’가 그 이름인데요. 이름은 참 좋아 보이죠? 영양실조도 단계가 있는데, 2도 정도 되면 이 중대로 보내집니다. 3도가 되면 사실상 죽는다고 봐야죠. 군관들이 자신들 먹고 남은 걸 가끔 이 중대에 지원해주기는 하는데, 많지 않습니다. 이 중대에서도 살아나지 못하면 결국 제대를 시킵니다. 제대 후 사회 나가서 죽으라는 소리죠.

– 난방이나 생활 편의시설도 궁금한데요. 난방은 어떻게 하나요?

부대 난방이라 하는 건 결국 난로뿐입니다. 10월과 11월이 월동 준비 기간인데요.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풀뿌리를 가져와서는 겨울을 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병실에 난로까지 피우면 연기가 많이 나는데 이게 군인들에게 굉장히 안 좋아요. 그을음이 생기고 먼지가 나서 군인들은 계속 매캐한 방에서 지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기관지가 상해 천식 환자가 되는 사람도 많습니다.

– 옷이나 신발은 일 년에 몇 번 정도 지급되나요?

하복은 2년에 한 번, 동복은 3년에 한 번 지급됩니다. 겨울 신발은 2년에 한 번, 여름 신발은 1년에 한 번 주고요. 겨울 신발의 경우 안에가 솜으로 돼 있는데 허술하게 제작돼 있어서 몇 번 빨면 솜이 다 헤집니다. 그러면 신을 때마다 연한 살이 쓸려서 아프죠. 그래도 참고 그 상태의 신발을 2년간 보관하면서 신는 것입니다.

– 군대에서 훈련을 많이 받다 보면 다치기도 쉬운데, 다치면 치료는 제대로 받나요?

군부대마다 병원이 있습니다. 병원 앞에 호수를 붙여서 ‘몇 호 병원’이라 칭하죠. 또 각 사단과 연대, 대대에 가면 군의소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군의소에 약이 없어요. 기껏 있으면 외상 치료약이 있을 뿐이죠. 보통 옥도정기(물파스와 유사)나 빨간 소독약이 있습니다. 이것도 사실 약이라기보다는 그저 알코올에 가까워요. 그래서 군인들은 주로 장사꾼들에게서 약을 사다가 쓰거나, 민간요법으로 치료합니다. 대장염에 걸리면 나무 잎사귀 같은 걸 우려 마시는 것이죠.

– 혹시 군 복무를 하다가 다치거나 죽으면 합당한 보상이 있나요?

없습니다. 그저 전사증 하나 발급해주면 끝이죠. 저도 전사자 가족인데, 그에 대한 대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저 수령을 위해 충실했다는 뜻으로 전사증 하나 발급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전사증을 쓸 데조차 없어요. 그것을 내밀면 쌀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요. 그저 부모들이 우리 아들은 10년간 군복무를 하면서 당과 수령을 위해 충실했다 정도를 느끼게 해주는 증표인 셈입니다.

– 북한 군대에서 10년간 생활하게 되면 사람이 많이 변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선 ‘군대 가더니 사람이 다 망쳐져 왔다’라는 말도 있다던데, 실제 어떤가요?

사회가 발전하듯이 인간도 부단히 노력해 변화 발전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북한 군대는 사람을 아주 못 쓸 방향으로 변화시킵니다. 학창 시절에 순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던 학생도 군대에만 다녀오면 도적놈이 돼 돌아옵니다. 체격은 많이 변하지 않아요. 군대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몸무게가 거의 비슷하죠. 변하는 건 성격입니다. 온순하던 사람이 폭력배가 돼 돌아오는 것입니다. 군대 가서 배우는 것이라곤 도적질과 ‘악’ 뿐입니다. 그것들이 사회 나가서 발현이 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제대 군인들이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요. 열차 칸에서 사람들을 마구 때리거나 시장에서도 장사꾼들을 폭행하기 일쑤죠. 그래서 사회적으로 그런 제대 군인, 영예 군인이라고 하면 슬슬 피하거나 장사꾼들은 아예 눈치를 보며 짐을 꾸릴 정도입니다.

– 이렇게 군인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북한군 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온 세상이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이라면 날 때부터 갖게 되는 권리죠. 그런데 오로지 북한만이 주민들을 이렇게 옥죄어 놓고 짐승처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언젠가 반드시 인민의 철줄을 맞을 날이 올 것입니다. 인민이 깨어나면 그들에게 총부리를 돌릴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북한 당국은 자신들의 인민을 위해 베풀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인권을 존중해야만 훗날 자신들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북한 군대의 인권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북한 당국은 군인의 인성과 도덕을 파괴하는 군대 내 인권침해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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