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검증과정…‘南北 동시사찰’ 또다른 변수?

12일 막을 내린 북핵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은 최대 쟁점이던 검증체계 구축에 있어 큰 틀에서만 합의하는데 그쳐 향후 구체적인 검증 계획서 작성에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이번 ‘언론발표문’을 통해 ‘검증의 구체적인 계획과 이행은 전원 합의의 원칙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핵폐기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검증의 벽을 넘어야 한다. 때문에 이후 열리게 될 실무그룹 협의에 북핵 외교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체적인 세부 계획 없이 마무리 된 이번 회담이 ‘미완성’으로 기억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무회담에서 구체적인 검증 계획서가 도출돼야 한다. 하지만 세부 쟁점을 실무협의로 넘긴 것은 여전히 불안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민감하고 복잡한 세부 쟁점에서 관련국간 합의를 이끌지 못할 경우 6자회담은 다시 교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앞으로 검증이행 계획 만드는데 있어서 까다롭고 어려운 절차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조치가 발효되는 8월 11일 이전에 검증계획서가 짜여지고 검증활동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내 여론 동향, 북한 김정일의 반응 등 변수가 많아 실행이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실제 워싱턴포스트지(WP)는 13일 “이번 6자회담의 결과를 ‘제한적인 진전’(limited progress)이라고 규정하고, 이번 회담 자체 역시 지난 5년 동안 북핵 제거를 위해 유지해온 고통스런(torturous) 과정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고 묘사했다.

WP는 특히 “이처럼 느린 속도의 협상은 부시 행정부의 주요한 외교 목표 가운데 하나가 그의 임기 내에 해결되지 못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일단 6자회담 참가국들은 오는 2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전후로 비핵화실무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6개국은 또 실무회의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경우 수석대표회담도 개최해 합의 수준을 격상하는 등 8월 11일인 테러지원국 해제 시한까지 검증 방안 마련과 실제 검증 착수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북한과 미국은 뉴욕 채널을 비롯해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 간 협의 채널을 동원해 현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특히 검증체제 구축과 관련, ‘언론발표문’에 규정된 ▲시설방문 ▲문서검토 ▲기술인력 인터뷰 등 3원칙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북한과 실무협의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12일 “우리가 특별한 것(unusual)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이뤄지는 일반적인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북한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한편,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는 지연되던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10월까지 완료하기로 시간표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도 같은 시기에 맞춰 끝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이 ‘납치문제의 진전’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북일 협의에 진전이 없을 경우 일본이 제공해야 할 에너지 부담 몫을 나머지 국가가 분담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6자 외교장관회담은 미국이 이달 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6개국 외교장관들이 모두 모이는 계기에 비공식적으로라도 개최하자고 제안해 현재 각국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는 계기에 6자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계획대로 8월11일 이전에 검증체계가 구축돼 검증활동이 시작되고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조치도 발효된다면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할만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 개최동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한은 핵신고서의 검증 문제를 다룬 이번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종래와 같이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고수하는 가운데 그 일환으로 남북 동시 사찰 카드를 꺼내들어 주목된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2일 “소식통의 전언에 근거해” 이번 회담의 논점을 정리하면 “핵과 관련한 기술적 검증의 체계와 방식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종착점을 향해 책정돼야 옳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베이징 회담을 취재한 기사들에서 “조선(북한)의 핵신고서에 대해서만 주목하고 검증의 대상과 범위를 의도적으로 한정시키면 6자회담의 애당초 상정한 목표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해,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검증의 대상과 범위가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전 한반도 비핵화 검증의 내용 중 하나는 남북 동시사찰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고 북한도 자신들의 선전매체 등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은 언론발표문에 포함된 ‘한반도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한 검증체제를 수립한다’는 문구가 남북 동시사찰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9.19공동성명의 궁극적 목표와 10.3합의의 2단계 목표에 따른 검증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6자회담 참가국들은 현 단계에서 검증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핵신고서에 국한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남북 동시사찰이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북핵 검증 과정에서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기존 핵무기의 폐기 이전에 북측이 이 문제를 본격 제기할 가능성이 커져 북핵폐기는 더욱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