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파견돼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의류 대다수가 한국에 납품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한국 기업이 북한 노동자들이 채용돼 있는 공장에 직접 하청을 주는 건 아니지만 이 같은 구조를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3일 데일리NK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의 노동 시간이 1.5배 가량 증가했는데, 이는 한국의 주문 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중국인들의 1/4 수준이어서 중국 내에서도 북한 노동자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도 한국 기업이 주문한 봉제 물량이 북한 노동자들이 있는 중국 의류 공장에 배당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올해만큼 많았던 적은 없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들이 처리하는 물량의 약 80%가 한국 기업이 주문한 의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또한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한 한국 납품 의류 중에는 HAZZYS(헤지스), 노스페이스 등도 포함돼 있다. 본지는 소식통이 보내온 지난해 제조 상품 사진에서 ‘HAZZYS’라는 금속 상표와 라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노스페이스의 경우 일부는 한국이 아니라 유럽으로 판매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50% 이상이 한국으로 납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본지는 한국으로 납품되는 휠라, 르꼬끄 등 의류 상품을 중국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가공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북한 노동자들, 中서 ‘휠라’ ‘르꼬끄’ 등 한국 납품 옷 제작”)
다만 한국 의류 기업이 OEM(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형태로 중국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것이어서 한국 기업이 북한 노동자들이 채용돼 있는 중국 공장에 직접 하청을 주는 구조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즉, 한국 의류 기업이 중간 단계의 의류 업체에 하청을 주면 이 업체가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중국 봉제공장에 재하청을 주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직접 해당 제품의 품질을 수차례 평가하고 현지 공장 사정도 시찰하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들이 직접 가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한국인 관리자가 공장의 기계 상태와 노동자들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고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북한 노동자를 관리하는 북한 간부나 북한 측 무역회사 사장이 한국인 직원과 직접 대면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자국민이 한국인과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데다 매개 역할을 하는 중국인 봉제공장 사장도 주문이 무산되거나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북한, 중국 측 관계자는 대북제재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각자의 영리를 위해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조선(북한) 노무자(노동자)들도 라벨에 한글이 적혀있기 있어서 한국 상품을 가공하고 있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고, 평양(북한 당국)에서도 노무자들의 업무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며 “알면서도 서로 쉬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를 채택해 유엔 회원국 내 소득이 있는 북한 노동자 전원을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명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