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30일 폐막했다. 이번 3국 정상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 정부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태도 변화 여부였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3국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의사소통을 적극적으로 하고 사태를 평화·안정에 유리한 쪽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며 “이는 동북아의 이익과 자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이어 “우리는 공동 노력을 통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진전시켜야 한다. 이 전제조건이 없으면 발전도 이뤄질 수 없다. 어렵게 얻은 성과도 사라질 것”이라며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천안함 사건으로 생긴 영향을 해소하고 긴장된 정세를 점차적으로 해소해 특히 충돌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기존 입장 대로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제재’ 보다는 ‘대화’에 무게를 둔 뉘앙스다. 한미일과 달리 북한에게 채찍을 들 생각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향후 유엔 안보리 등 국제무대에서의 중국 정부의 소극적인 행보를 예고한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중국이 천안함 대응에 있어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은 만큼 추후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반영하듯 이명박 대통령은 회의 결과 발표에 앞서 중국의 적극적인 행동을 재차 촉구하는 사전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번영과 평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밟아야 할 확실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일본과 중국 양국 정상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국가로서 지혜로운 협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참모는 “천안함 사태는 기본적으로 (3국간) 합의가 어려운 사안인데 중국도 함께 한 배를 탄 게 중요하다”면서 “두 나라 정상이 아니라 세 나라 정상이 함께 합의한 언론발표문을 낸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애써 그 의의를 부여했다. 중국의 입장이 진전된 것이냐의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중국의 이같은 행보에 미국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입장 변화에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28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수행해 중국을 방문해 중국측 인사들과 만나 나눈 의견을 토대로 “중국이 북한을 천안함 사태의 배후로 인정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춘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원 총리의 말 한마디에 너무 큰 기대를 할 필요가 없다. 중국 정부로서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수준의 동의 정도였을 것”이라며 “한미일 등의 제재 국면에 중국 정부가 동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원 총리의 한국 방문의 목적은 이달초 이뤄진 김정일의 방중과 북중정상회담을 통보하지 않아 손상된 한중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미국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행동 가능성에 대해 “중국도 안보리에서 ‘의장성명’에는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718호가 가동중이고 여기에 중국이 동참하고 있지 않아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금주 중으로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을 발송하는 형식으로 안보리 회부절차에 공식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강력한 대북제재인 1718호가 가동중인 상황이여서 새로운 제재결의안 채택 보다는 북한을 규탄하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 등의 반대로 결의안 보다 한 단계 대응수위가 낮은 의장성명이 채택될 수도 있다는게 외교가의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