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k분석] 납북자 문제, 말보다 행동을 보여라

▲ 금강산에서 만난 남북 적십자회담 대표

23일 금강산에서 열린 제7차 남북적십자 회담에서 전후 납북자의 생사확인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납북자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북은 합의서에서 ‘쌍방은 이산가족 문제에 전쟁시기 및 그 이후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에 대한 생사확인 문제를 포함시켜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한다’고 적고 있다. 통상적인 이산가족 외에 6.25 전쟁 전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이란 납북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해석된다.

이번 합의는 2002년 9월 4차 적십자회담에서 전쟁 기간 납북자에 대한 생사 및 주소 확인을 추진한다는 기존 합의에서 전후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정부 당국자들은 “남북회담 과정에서 ‘납북자’라는 말만 꺼내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던 과거 태도에 비춰볼 때 이번 합의는 상당한 진전이자 태도변화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북한은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을 통해 ‘전후시기 행불자’ 생사확인 합의내용을 24일 전했다. 합의 하루만에 방송을 통해 ‘행불자 생사확인’ 추진 합의를 보도한 것도 북측의 해결의지를 반영한다는 것.

북한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대내외적 위기 고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핵과 위폐 등 대외적인 고립이 강화되고 자금위기까지 겪으면서 ‘우리민족끼리’ 노선을 더욱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남측이 외교적 보호막을 강화하고 미국의 경제조치에 따른 달러 부족도 해결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납북자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대북협력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이 매섭게 제기돼왔다. 참여정부도 이러한 국민여론을 의식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 시절부터 납북자 문제 해결을 공언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정일이 먼저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전후 납북자 문제 생사확인 카드를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통계연감에서 전쟁기간 납북자는 8만여명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6.25 납북자 가족 단체들은 그 숫자가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후 미귀환 납북자는 정부 발표로 485명이다.

이번 합의에 대해 납북자 가족들은 한편 반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북한이 말로만 생색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2002년 9월 제4차 적십자회담에서 6.25 전쟁 납북자에 대한 생사확인 약속을 했음에도 아직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에서 납북자 문제는 이산가족 테두리 내에 있다. 즉, 납북자가 상봉의 대상이지 귀환의 대상은 아닌 것이다. 납북자 가족들이 이산가족 범위 안에 납북자 문제를 포함시키는 것을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종국적으로 귀환을 목적으로 협상을 풀어야지 상봉에 만족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납북자 가족들은 말보다 실천이라고 말한다. 이종석 장관도 취임 일성으로 “남북간 합의는 반드시 지켜진다는 관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북측이 과거와 같이 계속 합의의 조건을 반복하는 ‘조건합의 전술’이나 ‘지연전술’로 나올 경우 국민적 공분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