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2014 상반기 북한 김정은 정권 평가”

▶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유조선방송/6월 30일>


집중분석-2014 상반기 김정은 정권 평가


진행: 화제가 되는 뉴스를 살펴보는 집중분석 시간입니다. 오늘은 2014년 상반기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은 지난 반 년간 김정은 정권은 무엇을 했고,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를 점검해 보려고 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북한 내부 정세와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를 하겠습니다. 자리에 김민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진행: 그럼 북한 내부부터 살펴볼까요? 먼저 정치 상황을 살펴봤으면 하는 데요.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이 어떤 행보를 할지 관심이 쏠렸는데요. 큰 혼란은 없었다고 봐야죠?


김민수: 네. 일단 장성택이 40여 년간 당 사업을 했기 때문에 그와 인연이 있는 사람을 다 숙청하기에는 부담이 컸던지 대규모 숙청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문경덕 전 평양시 당 책임비서 등 일부 장성택 측근들이 숙청됐지만 박봉주 내각 총리나 지재룡 주중 대사 등 ‘장성택 사람’으로 간주됐던 인사들은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다만 장성택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미쳤던 당 행정부는 해체됐습니다. 이후 당 행정부가 조직지도부로 흡수되면서 조직지도부의 영향력이 확대됐습니다. 실제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출신인 황병서가 최룡해를 밀어내고 군정치국장이 되는 등 조직지도부 계열이 당과 군대의 요직을 차지했습니다.


진행: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이 구축한 후계체제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민수: 외견상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일단 ‘김정은 사람’으로 통하는 인물들이 등장했는데요. 황병서는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공이 많은 사람으로 알려졌고, 4월 초에 외무상이 된 리수용은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시절 집사 역할을 했습니다. 또 지난 3월 초에 등장한 친여동생 김여정도 실세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후견인으로 내세웠던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당 조직지도부를 견제할 사람이 없습니다. 김정일 시대 때부터 조직지도부는 ‘무소불위의 조직부’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는데요. 통치 경험이 없는 김정은이 장성택처럼 조직지도부를 견제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북한 간부사회에서는 조직지도부를 향해 ‘미친 이리 떼 같다’며 우려와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 올해 상반기에 특히 사상통제가 심했는데요. 인민들 살기가 참 어려웠죠?


김민수: 네. 김정은은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사상교육과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지난 2월 김정은 시대 들어 처음으로 당 사상일꾼대회를 개최해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세우기 위한 사상사업을 강하게 진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올해 검열도 많이 하고 시범껨(본보기)에 걸려 처벌된 사람이 많았습니다. 또 김정은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우상화 작업도 활발하게 이뤄졌는데요. 새파랗게 젊은 김정은을 어버이로 부르도록 해 인민들을 피곤하게 했습니다.


진행: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된다면 북한 인민들은 정부의 통제를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상반기 김정은의 경제정책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김민수: 올해 눈에 띄는 건 농업을 강조하는 것과 관광사업 활성화를 통한 외자 유치입니다. 지난해 풍년이 들어서 그런지 올해 알곡 생산량을 더 높여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고, 새해 벽두부터 인민들을 농촌지원에 내몰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농사가 잘된 건 김정은의 농업정책 때문이 아니라 날씨가 좋았기 때문인데요. 올해 봄부터 최근까지 가물(가뭄) 피해가 심해서 알곡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정은이 지난해 11월에 경제특구 계획을 발표했지만 장성택 처형에 따른 정치 불안정과 올해 미사일과 4차 핵실험 움직임 때문에 진척된 건 없습니다. 최근 내각 무역성과 합영투자위원회, 국가경제개발위원회를 통폐합해 대외경제성을 출범했지만 별 성과는 없습니다. 관광산업도 다양한 관광상품을 팔고는 있지만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고, 호기심 때문에 찾아오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진행: 김정은의 상반기 대내 정책을 보면 그의 권력 강화에는 도움이 됐지만 인민들에겐 그다지 좋은 일은 없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대외정책 중에 남북관계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상반기 대남정책 어땠습니까?


김민수: 남북관계는 오락가락의 극치였습니다. 올해 1월 중대제안을 통해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단’을 주장하며 2월에는 남북고위급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까지 성사됐습니다. 그런데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부터 서해 해상분계선을 침범했고, 2월 말부터 지난 29일까지 11차례에 걸쳐 단거리, 중거리, 신형방사포를 잇달아 발사했습니다. 최근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지휘를 한 사실도 2차례나 공개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습니다. 지난 3월 30일 북한 외무성이 4차 핵실험을 시사한 이후 지속적으로 핵실험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변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과 우려를 샀습니다. 그런데 오늘 돌연 북한 국방위원회가 7월 중에 군사적 적대행위와 비방·중상을 중단하자는 특별제안을 했습니다.


진행: 어제까지 미사일을 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비방을 하더니 태도가 돌변했네요. 이유가 뭘까요?


김민수: 다음달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상 처음으로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찾게 되는데요.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진정성이 있다기 보단 중국 정부가 늘 강조하는 말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꼼수로 보입니다.


진행: 최근 한국은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에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국방위원회의 특별제안이 이에 대한 화답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요?


김민수: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최근 한국 정부가 2010년 5·24제재 조치로 중단된 남북교류 사업을 잇달아 승인했습니다. 지난 27일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조사사업 방북 신청 승인 등 총 4개의 교류사업을 승인했지만, 지난 26일 6개월 만에 열린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회의는 핵심의제인 통행·통신·통관 즉 3통 문제에 대해서 북한이 비협조적으로 나와 별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이 한국과 교류할 의지가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제안했던 통일과 남북교류에 대한 3대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지만 그런 조짐은 없습니다. 북한 당국의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도 여전한데요. 노동신문은 오늘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비방을 했습니다.


진행: 네. 오늘은 북한 내부 정세와 남북관계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북한 주민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상반기였고 남북관계는 북한 당국의 도발 위협과 비방·중상으로 대립만 격화돼 왔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김민수 기자였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