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방안 마련해야”

▶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유조선방송/2월 6일>

논평-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해야 한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리게 됐습니다. 5일 적십자 실무접촉을 하고 이같이 합의한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번 실무접촉에서는 날짜를 비롯해서 숙소문제에 이르기까지 남한 정부가 제안했던 안을 대부분 받아들이며 순조롭게 몇 시간 만에 합의를 봤습니다. 천만 이산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상봉행사가 얼음장같이 차가웠던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100명씩 만나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로는 이산의 아픔을 치유하기에 너무도 부족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18차례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했지만 이번까지 다 합쳐도 2천명도 채 안 됩니다. 남한만 해도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12만 9,264명에 달합니다. 현재처럼 100명 단위로 만난다면 수십 년이 걸린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신청했던 사람 중 5만 7,784명이 이미 만나보지도 못한 채 고인이 됐습니다. 현재 남은 7만 1,480명도 80세 이상의 고령자들로 언제 이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런 것만큼 이산가족 상봉을 행사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과감하게 바꾸는 방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협의할 때마다 남측은 상봉 인원수를 늘리려고 하지만, 북측은 규모 확대를 꺼리는 모습을 보여 이산가족들의 애를 태웠습니다. 또 몇 년에 한 차례씩 마치 큰 시혜를 베풀듯이 합의하면 그때야 겨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는 상황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더구나 작년 추석 때는 나흘 전에 상봉행사가 취소되는 한심한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게 다 역대 김정은 일가가 이산가족 상봉을 인도주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 써먹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만 3,841명이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하고 떠난 걸 생각하면 이제 더 시간이 없습니다. 지체 말고 상봉규모를 확대해야 합니다. 또 이번처럼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도 안 됩니다. 정례화해야 합니다. 말끝마다 남북관계 개선이요, 통일이요 하는 구호만 외치지 말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도이췰란드(독일) 통일의 단초 역시 이산가족 상봉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만남을 통해 오랫동안 갈라졌던 분단의 이질감을 해소했고 한 민족, 한 동포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이번 접촉에서 북측 단장이 말한 것처럼 북남관계 개선의 따뜻한 춘풍을 안아오는 데 앞장서자면 반드시 이산가족상봉을 정례화하고 정치적인 문제와 별개로 인도주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 꼭 명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