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뮤지컬 ‘요덕 스토리’ 막바지 비지땀 “흠뻑”

▲뮤지컬 ‘요덕스토리’ 공연 연습에 열중인 배우들

“공개 처형이 자행되는 정치범 수용소가 있는 나라는 북한뿐입니다.
북한의 독재자에게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핵폭탄 같은 공연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 공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수용소도 해체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북한 요덕 수용소의 참상을 그린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3월 15일 첫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탈북자 출신 정성산 감독을 비롯해 40여명의 배우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역삼동 공연 연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열기가 후끈 느껴진다. 방문객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동작 하나하나에 모든 시선이 쏠려있다.

이들은 북한 인권운동가도 탈북자도 아니다. 그러나 이십대 젊은 배우들의 손짓 발짓에는 정치범 수용소의 현실을 그대로 전하려는 ‘기(氣)’가 느껴진다. 이들은 공연에 몰두하면 할수록 북한 인권의 처참한 현실에 눈뜨게 된다고 말한다.

▲뮤지컬 ‘요덕스토리’ 정성산 감독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요덕수용소를 직접 경험한 김영순씨가 조연으로 함께 참여해 의미를 더해준다. 김씨 이외에 탈북자 출신 배우들이 요덕 수용소를 재현하고 있다. 올해 1월 초부터 연습을 시작한 탈북자들은 뮤지컬 연습을 하는 도중에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날 현장에서도 공연에 참가한 탈북자들은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내 눈가의 이슬을 거두고 자신의 경험을 남한 관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연습에 몰두했다.

제작 및 총연출을 맡은 정성산 감독은 한국생활 11년차 탈북자다. 정 감독은 자신의 탈북으로 부모님이 공개처형을 당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된 2002년 북한 인권유린의 참상을 알려야 겠다는 결심했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각종 공연을 통해 북한인권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노래에 맞혀 춤을 추고 있는 배우들

정 감독에게도 고민은 있다. 신념이 앞서가지만, 돈이 따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범수용소의 이야기가 소위 ‘돈이 안 되는’ 소재이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작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의 격려와 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무대에 올리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정 감독은 “솔직히 하루 하루가 힘들다. 하지만 공개처형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다시 일어서게 된다”며 “수용소의 인권유린으로 죽어간 우리 동포들을 생각하면서 인권유린의 참상을 만천하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의 인권유린 참상이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것이 처음인 만큼 많은 분들이 관람했으면 좋겠다”면서 “‘요덕스토리를 통해 북한 인권문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덕스토리’는 엄연한 사실

▲’요덕스토리’ 주인공 역을 맡은 최윤정씨

‘요덕스토리’ 주인공 강련화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최윤정 씨는 “뮤지컬에 캐스팅되기 전에는 북한인권의 참상을 몰랐으나 공연 연습을 하면 할수록 사실로 다가 온다”며 “많은 분들이 ‘요덕스토리’를 통해 북한 인권의 현실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북한의 ‘혁명가극’ 형식과 미국 브로드웨이 스타일이 결합한 새로운 장르의 고품격 뮤지컬로 준비 되고 있다. 정 감독은 “여러 가지 음악의 장르와 뮤지컬 곡을 통해 북한 가요와 오페라의 절묘한 앙상블로 연출되는 실험적인 뮤지컬”이라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요덕스토리’는 북한 가요에 맞혀 절도 있게 움직이는 북한 최고 예술 춤인 ‘사계절 춤’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보름 일정으로 3월 15일 막을 올린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