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북한국적의 日 조선대 정종렬 교수

“제가 군사분계선 지역에 왔다는 것이 꿈만 같습니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대사’로 불리는 수달이 남북의 생태계와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북한 국적의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계열 조선대학교(도쿄 소재) 정종렬(62)교수가 10일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중동부전선 최전방지역인 강원도 화천군 청소년수련관에서 개막한 IUCN 제10차 국제수달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화천을 방문했다.

1983년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던 정 교수로서는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지만 “군사분계선 가까이에서 열리고 있는 학술총회에 참가하면서 느낀 감회가 남다르다”며 앞으로 남북한 학자들이 수달을 공동연구하는 방안이 진척되길 기대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 일답.

–북한 국적으로 휴전선 인근에서 열리는 국제학술총회에 참가한 소감은.

▲ 이북 개성에서 군사분계선을 봤었는데 군사분계선 이남인 강원도 화천으로 들어오면서 도로 옆으로 탱크가 지나가고 군용 차량이 많아 조금 긴장했다. 이 곳이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특별한 장소인 만큼 평화를 가장 애원하는 곳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수뇌회담(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눈물이 찡하게 나올 뻔 했다.

–이번 수달 총회에 참가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 두번째 오는 것이지만 조선(북한) 국적으로 오는 것이어서 아주 힘들었다. 한국여권이 없어 영사권에 임시여권을 신청했는데 이달 4일에야 임시여권이 나왔다.

–북한의 수달 서식 실태는.

▲아직 북쪽에서는 수달에 대해 전면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1992년 조사시 압록강과 청천청, 대동강, 임진강 상류 등 12개 하천에서 70~80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전면 조사를 하면 이 보다 더 많아지는 것은 명백하다.

–한반도에 사는 수달의 의미는.

▲수달은 비무장지대(DMZ)를 사이에 두고 남북을 왔다갔다 하면서 산다. 수달의 몸에 발신기를 달아 놓아주면 행동범위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당장 공동으로 조사하는 것은 힘들다. 할 수 있는 것부터, 그리고 긴급한 것부터 시작하자. 이북과 남측에서 학자들이 각각 동시에 연구를 실시한 뒤 이 결과를 가능한 장소에서 만나 발표하도록 전망을 세워가자.

-수달은 언제부터 연구하게 됐나.

▲1992년 청천강 하구에서 쉬고 있는 수달을 본 뒤 연구를 하게 됐다. 일본은 비록 수달이 멸종했다고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20년 전에 거의 없어졌다고 들었다. 수달 같은 생물은 멸종이후 복원시키기가 아주 힘들다.

–수달 등이 사는 비무장지대의 중요성은.

▲통일되면 비무장지대를 남기기가 힘들 것 같다. 이 장소(비무장지대)는 무엇을 위해 남겨 놓아야 할 지 학자들의 연구대상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북을 오가는 두루미의 경우 북한 개성과 금야군, 서해안 문덕도, 남쪽 철원 4지점으로 이동지역이 연결돼 있다. 이 가운데 금야군과 문덕군 2곳은 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군사분계선 지역 두루미 서식지역은 통일된 뒤 양쪽의 합의나 그 전에 정세가 좋아지면 정전협정 속에서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밀어야 한다. 비무장지대는 남북 생태계와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고 너그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수달 총회에 참가한 성과는.

▲우선 수달 학술총회에 참가한 것이 기쁘지만 총회 기간 두루미가 사는 철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사진 등으로 보아온 두루미를 내 눈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기쁘다. 두루미는 본래 북쪽 안변군에도 있었다. 이북에서도 두루미 월동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데 철원으로 이사를 왔다.(이에 대해 생태학자들은 최근 수해로 안변지역의 두루미 서식지가 파괴됨에 따라 두루미들이 남쪽 철원으로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두루미들이 집중해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 멸종한다. 1983년 방문한 뒤 다시 오는 꿈 같은 일들이 변하고 있다. 수뇌자 회담이후 많이 달라졌다. 남북관계는 너무 자극을 주지말고 서서히 밀고 나가야 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