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국제회의] “국제 노동단체도 北인권에 관심 많다”

▲ 국제회의 기간 중 열린 탈북자 기자회견

노르웨이 북한인권회의는 새로운 회의 문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토론회는 회의 중간 중간의 피아노 연주, 다큐멘터리 상영 등으로 한결 다채로워졌다. 회의의 주제도 정치, 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고 영상, 미디어, 스포츠 등으로 다양화 되었다.

이는 이번 회의의 기저에 북한인권 접근방법의 다양화와 동시에 인권문제 대중화를 위한 깊은 고민이 깔려 있음을 엿보게 해준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첫 토론은 인신매매 문제와 인도주의적 지원 문제로 나뉘어 동시에 진행됐다. 두 회의가 동시에 진행되어 필자는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고, 인신매매 관련 세션에 참가했다.

탈북 여성 중국 내 ‘성적 착취’ 심각

북한 여성 인신매매 문제는 사실 간단한 이슈가 아니다. 발표자인 <반노예 연대>의 노르마도 지적했듯이 실제 북한 여성의 인신매매의 사례는 강제납치의 경우도 있지만 중국 쪽으로 팔려가서라도 북한의 굶주림과 억압을 벗어나려고 하는 자발성을 갖기도 한다.

처음에는 팔려서 억지로 결혼했더라도 결국은 중국 남성 사이에서 아이를 낳고 사는 경우도 많다. 인신매매인지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인지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인신 매매(trafficking)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중국 내 북한 여성의 현실을 정확히 규정하는 용어인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인신 매매라는 용어는 당사자의 자발적 의지에 기초한 것이 아니며, 때문에 이는 도덕적으로 중단되어야 할 행위라는 인식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현실은 북한의 참혹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중국에 팔려가는 탈북 여성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 내 탈북 여성이 심한 인권 유린을 당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인신 매매라는 규정이 이들 여성의 현실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발표자인 <반노예 연대>의 마이크 케이와 노르마도 인신 매매라는 용어보다는 “성적 착취(sexual exploitation)”란 용어가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이 당하는 인권 유린을 더 적확하게 설명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때문에 그 접근 방법에 있어서도 “인신 매매 중단하라”는 식의 단선적인 요구보다는 중국 남성들과 결혼하여 사는 북한 여성들의 중국 내 합법적인 거주권을 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모아졌다. 특히 중국 남성과 살면서 아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합법적 체류 자격이 더욱 더 절박하다.

중국 정착할 수 있는 실용적 해결방안 모색해야

실제 중국 국적법에 따르면 불법 체류자라도 중국인과 결혼하여 낳은 아이는 중국 시민권을 받을 권리가 있다. 동시에 그 아이가 중국 시민권을 받게 되면 불법 체류자인 탈북 여성의 경우도 합법적인 시민권 획득이 가능하다.

때문에 중국인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사는 북한 여성의 경우에는 복잡한 난민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중국 국내법만 적용하더라도 구제가 가능한 것이다. 회의에서는 이와 같은 실용적인 해결책도 제시됐다.

최근 중국 내 탈북자의 숫자는 그 추정치가 서로 상이하기는 하지만 대략 3~5만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80% 이상이 여성이며, 그 중에 또 80% 이상은 중국 남성과 결혼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중국 남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탈북 여성들에게 합법적 체류권만 보장하더라도 탈북자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게 됨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인신 매매 세션의 또 한가지 특이한 사항을 언급하고자 한다. 이번 세션에는 국제노동단체 관계자가 발표자로 참가했다. 쥰 소렌션(June Soresen)씨는 벨기에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자유노조연맹(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Free Trade Unions)의 법률 자문관이다.

한국의 민노총과 한노총도 국제자유노조연맹의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쥰 소렌선은 특히 중국 내 탈북자들이 강제 노동(forced labor)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에 초점을 맞추어 발표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노동단체까지 북한인권 문제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하태경/열린북한방송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