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가족 인터뷰] 28년 생이별 김영남 모자상봉 ‘두근두근’

▲1978년경 북한에 납북된 김영남씨의 누나 영자씨 ⓒ데일리NK

28년 전 어느 무더운 여름날 17살 고등학생 아들이 친구들과 바닷가에 놀러간다며 집을 나선 이후 지금껏 소식이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서야 40을 훌쩍넘은 아들이 어머니를 찾는다.

1978년 군산 앞바다에서 당시 고교생 신분으로 북한공작원에 의해 납북된 김영남(45) 씨와 그의 모친 최계월(82)씨의 극적인 상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것.

김 씨 모자 상봉이 결정된 지난 8일 최 씨와 누나 영자 씨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은 “영남이가 죽은 줄 알고 수십년을 살아왔는데 이렇게 만나게 된다니 꿈만 같다”며 상봉 소감을 밝혔다.

상봉일을 목전에 두고 최 씨와 가족들은 상봉준비에 여념이 없다. 병을 앓고 있어 거동조차 힘든 최 씨지만 영자 씨와 함께 김 씨에게 줄 선물을 손수 고르며 아들과의 만남을 학수고대 하고 있다.

최 씨는 “28년만에 막내 아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온다”며 “하루하루가 너무길게 느껴져 답답하다”고 말했다.

영자 씨는 “솔직히 동생을 만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며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되니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엄마가 되니까 아들을 잃고 30년 가까이 살아온 어머니(최계월) 마음을 알 것 같다”면서 “이번 상봉을 계기로 다른 납북자 가족들의 한도 풀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씨와의 상봉을 앞두고 김 씨의 누나 영자 씨에게 현재의 심경을 들어봤다.

-2일 후면 감격의 상봉을 하게 되는데 소감은?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그동안 만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어머니는 거동조차 힘든 몸을 이끌고 아들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에 이곳저곳 다니셨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된다. 특히 착잡한 생각이 든다. 동생과 체제가 다른 곳에서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과 동생의 생각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다를 것이다. 이런 것들을 알고 인정하고 가지만 솔직히 걱정된다.

-모친 최계월씨는 심경이 어떤가?

어머니는 모든 납북자 가족들이 북에 있는 가족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납북자 가족들이 고통속에 살아왔는데 이번 상봉을 계기로 다른 납북자 가족들도 좋은 소식이 전해졌으면 한다. 나아가 납치문제가 세계적인 문제인데 이런 부분까지 풀렸으면 좋겠다.

-아들을 만나기 전 어머니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아들을 30여년 만에 만나는데 좋아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나. 어머니 건강은 계속 악화되고 있지만 아들을 만난다는 기쁨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루고 계신다.

-어머니가 김영남 씨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할 것 같나?

어머니들의 마음은 한결 같을 것이다. 30년 가까이 못 본 아들을 어루만져 볼 것이다. 부둥켜 안고 얼굴, 코 등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만져보실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이야기 할 것이다. 특히 어린 나이에 납치당해 홀로 살았는데,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아무튼 무슨 이야기든 못하겠나. 밤새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특별히 상봉 준비를 하는 것 있나?

우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동생은 많이 변했을 것이다. 따라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옷, 의약품, 영양제, 아이들 학용품, 가방, 악세사리, 화장품 등 우리 가족이 하고 싶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

또 영남이에게 가족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싶어 엄마, 언니, 오빠들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다. 혹시라도 이번이 상봉이 마지막을 경우를 대비해 사진을 주고 싶다.

“우리의 소원은 정기적인 만남”

-상봉이후 북측에 요청하고 싶은 것 있나?

가족들 마음은 똑같다. 정기적으로 가족들이 상봉 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의 소원은 정기적인 만남이다.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은 모르겠다. 우선 만나는데 의미를 둔다. 상봉이후 북한의 태도를 보고 가족들과 적절하게 의견을 나눠 대처할 것이다.

-일본측에서 북한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을 우려하는데

우리 가족들이 일본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지적을 했는데 이건 우리의 느낌이며 생각이다. 우리가 느낀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의견이 있다. 서로간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우리는 송환보다는 만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일본측은 만남보다는 송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

-만약 북한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일단은 만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상황에 따라서 대처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