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주장] “北, 완전 핵폐기 무장해제로 간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연합>

조율 막바지에 들어섰던 4차 6자회담이 북한의 수석대표회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열흘째 진행된 6자 회담이 성과를 거둘지, 결렬될지 아직은 명료하지 않다.

외신들은 북한이 “본국과 이견조율로 고심하기 때문”이라고 불참 사유를 밝혔지만, 북한의 전술에 또 어떤 카드가 제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 최종 합의문 초안은 92년에 발표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명기된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부분을 뺀 것이다. 5개국은 ‘모든 핵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의 폐기’로 향후 북한이 또 핵의혹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피하고 완전 검증 가능한 핵폐기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힐 미국측 대표는 “오늘 북한과 만나지 않았으며, 내일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해 4차 초안에 대해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핵폐기를 ‘무장해제’로 간주

북한은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불만을 표출했다. 평화적인 핵 이용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검증 가능한 완전 핵폐기는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왜냐하면 완전 핵 폐기는 북한체제의 생존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어떻게 하든 핵 개발과 관련된 ‘여지’를 고수하려 한다. 93-94년 1차 핵 위기와 마찬가지로 ‘동결 상태에서의 핵개발’ 여지를 남기려는 것이다.

만일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또 허용할 경우, 제3 차 핵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전례로 보면 거의 100%에 가깝다.
제네바 합의가 파기된 것도 핵 동결만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북한에 있을 때인 94년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영변지구에 대해 핵사찰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핵 시설이 아니며 일반 군사기지”라고 우기며 끝내 사찰을 반대했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미국이 우리를 무장해제시키기 위해 군사기지에 대한 사찰을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우리는 사회주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전면 항전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 6자 회담은 94년 제네바 합의 때와 달리 미-북 양자합의가 아니라 6개국이 외교적 서약을 하는 것으로 북한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북한에 큰 부담이다.

핵무기-경제보상 두 마리 토끼 다 잡고 싶은 김정일

지금 북한은 어떻게 하든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 한다. 하나는 경제보상이고, 하나는 체제보장을 위한 핵무기다.

북한이 표면상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공약해도 완성된 핵무기 일부를 ‘은닉’하고 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이 북한이 노리는 마지막 술책이 아닌가 싶다. 물론 국제 핵사찰에 들어가면 은닉이 쉬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시간을 최대한 벌면서 경제보상은 따먹어야 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북한은 지금 회담의 막후에서 94년 제네바 합의 때처럼 물밑 양자 접촉을 벌이면서 미국과 ‘담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라’며 협박성 발언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북한의 제안이 미국으로서도 용인하기 힘든 기준을 넘는 것으로 그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고 전한다.

대신 북한이 요구하는 다른 문구의 수정 등에서는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최소한의 손질은 가능할 것이고, 이에 대한 미국의 양해를 중국이 확보했다는 말도 돌고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그 ‘최소한의 손질’이 무엇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NPT체제에 복귀하지도 않고 사찰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적 핵 이용권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북한이 끝까지 핵폐기 투명성 확보를 방해하는 주장을 하면 6자회담은 하루라도 빨리 접는 게 현명할지 모른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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