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北, “공개처형 효과” 왜 들고 나왔을까?

▲ 2005년 3월 회령에서 집행된 공개처형 장면

북한이 ‘공개처형’을 합리화 하는 주장을 들고 나와 북한내부 사정이 주목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은 90년대 중반 식량난 시기때 옥수수를 훔친 죄로 공개총살을 집행하는 등 ‘공개사형 정치’라는 극도의 공포정치로 체제를 유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공개처형’ 합리화 주장이 나온 배경이 북한내부에서 일어날 혼란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주민교양용'(공포정치 예고)이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되는 것이다.

김일성종합대학 학보 최근호(2006년 2호)는 “공개재판은 군중을 교양하고 각성시키는 데 매우 큰 작용을 한다”며 “범죄자와 그의 가족, 친척들은 물론 주민들에게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하며, 그것을 어기면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강한 자극을 주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공개재판은 공개처형을 의미한다. 북한당국이 대학교육에서 공개처형의 효용성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90년대 중반 식량난 시기때 김일성종합대 학생들이 反김정일 움직임을 보이다 수차례 보위부에 연행된 사실을 회고록에서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공개처형 합리화 주장이 최근 김일성종합대 일부 학생들의 동요가 있었거나, 사전에 동요를 막기 위한 ‘교양’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것이다.

김정일, 97년 식량난때 “매해 2천명씩 사형할 것”

식량난 시기 먹고 살기 위한 주민들의 범법활동은 통제불능이었다. 도처에서 비법(불법) 월경, 살인, 강도, 절도 등 각종 범죄가 걷잡을 수 없이 발생했다.

1995년 평양 용성구역 마람동 ‘조선혁명박물관 강사 강탈사건’을 계기로 거기에 관여했던 7명에 대한 총살령이 집행되면서 김정일은 극단적인 공개사형 정치를 실시했다.

개중에는 먹을 것이 없어 지나가는 노인을 강탈해 북한돈120원을 빼앗았다는 이유로 사형당한 10대의 소년도 있었고, 농장 옥수수를 훔쳐간 주민들도 무리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마약, 위조달러, 전력선 및 통신선 절단 등 과거 법조항에 없던 범죄가 속출하자, 당국은 부칙 ‘49조’라는 새로운 조항을 만들어 범죄에 관여한 주민들을 일괄 처형했다.

이렇듯 90년대 중반 식량난 시기는 주민들을 마구잡이로 총살시켜서라도 정권을 유지하려는 당국과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주민들간 사투의 나날이었다.

보안서(경찰) 출신 한 탈북자의 말에 의하면 97년부터 “매년 2000명씩 사형하라”는 지시가 내부적으로 하달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계층의 구분 없이 마구 죽이다 보니, 기본계급 출신들이 적대계급에 포함되는 등 극심한 계급변동 현상을 초래했다.

국제인권단체, 지금 북 내부 주시해야

북한당국은 과도한 공개사형으로 인한 체제분열을 막기 위해 2000년 경부터 공개사형에서 실내사형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이른바 ‘군중교양’ 차원의 공개처형은 중단하지 않았다.

2005년 3월 함경북도 회령에서 자행한 주민 3명에 대한 공개처형이 전세계에 공개되면서 북한정권의 반인륜적 행위가 세상에 드러난 바 있다.

김정일 정권은 각종 불법행위로 심각한 금융제재를 받고 있으며 미사일 발사, 핵실험 준비 움직임 등 발작적인 도발행위를 하고 있다. 여기에 수해로 인한 사망, 실종자가 5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부 단체는 최대 5만명설까지 내놓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일 정권이 사회동요를 막기 위해 90년대 중반처럼 공개처형을 체제유지의 수단으로 삼아 당면한 난국을 타개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은 지금 북한 내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