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역사 왜곡해 주민 세뇌…”6·25는 美의 선제공격”

6·25전쟁은 김일성의 치밀한 군사적 준비와 스탈린과 모택동의 동의를 얻어 시작한 전쟁이다. 소련 해체 후 러시아가 우리 정부에 제공한 6·25관련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북한의 선제 침공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굳어졌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6월 25일을 미 제국주의가 침략전쟁을 일으킨 날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6·25를 조국해방전쟁으로 부르면서 미국의 침략을 패퇴시켜 정전협정이라는 항복문서를 받아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 다른 역사 해석은 북한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날 북한 전역에서는 미국을 ‘조선전쟁의 도발자, 침략자’로 언급하는 반미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한다. 특히 올해엔 최근 3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제재 공조가 강화되면서 미국을 침략 원흉으로 규정하는 반미 선전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주민행사가 미제 성토모임이다. 여기서는 “조국해방전쟁은 미제국주의를 우두머리로 하는 스물 세 개의 외래 침략자들과 리승만 괴뢰도당의 무력침공을 저지하여 승리로 이끈 정의의 전쟁”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 혹은 전승기념일로 부르며 경축하고 있다. 


또한 지난 한국전쟁 시기 미군이 북한 지역에서 주민들을 무차별 학살했다는 상세한 내용과 미제와 한 하늘 밑에서 살 수 없다는 내용의 성토문이 낭독되고 토론이 진행된다. 성토모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협동농장에서는 밭머리에서도 진행한다.


토론에서는 주로 미군이 전쟁 당시 수많은 주민들을 희생시켰다고 주장, “지금도 침략의 야망을 꿈꾸고 있다”면서 미군을 ‘철천지원수, 미제 승냥이, 악귀’ 등으로 표현, ‘무자비한 징벌’을 다짐한다. 이어 참가 주민들이 ‘미제침략자들을 이 땅에서 영원히 소멸하자’는 구호를 외치게 한다.


북한 내부에 외부정보가 유입되고 있지만 50년 넘게 세뇌된 6·25전쟁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아직 바뀌지는 못하고 있다. 대부분 북한 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 편이다. 


한 여성탈북자는 “기록영화 ‘조국해방전쟁’에서 전쟁시기의 화면들이 나오고 해설자가 ‘1950년 6월 25일은 평화가 감도는 평범한 일요일이었다’며 ‘평화로움이 가득했던 이날 미제는 침략의 야망으로 조선에서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하는 것을 주민들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성토모임은 각 군(郡)에 위치한 ‘반미전시관’과 연계해 진행되기도 한다. 북한의 대표적 반미교육장인 신천박물관은 이날 방문객으로 발 디딜 틈도 없다. 신천박물관은 1963년까지 황해남도 신천군 인민위원회 소관 건물이었으나 김일성의 지시로 6·25전쟁 발발 10주년이 되는 해에 ‘신천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북한은 미군이 신천군을 52일 기간 강점하고 군 전체인구의 25%에 해당한 2만 5000여 명의 애국자들과 무고한 인민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학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008년 신천박물관에 대해 “미제와 계급적 원수들의 야수성과 랄성, 잔인성을 폭로하는 증거물들과 애국적 인민들의 영웅적 투쟁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발굴 전시되어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