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종업원 탈북경위 놓고 우리끼리 싸울 때 아니다

지난 4월 초에 발생했던 중국 내 북한식당 여종업원들 탈북경위가 논란꺼리가 되고 있다.

이런 일들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는 일은 3만 탈북민 역사에서 아마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탈북민 문제는 그들 자신과 아직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안전 문제로 함부로 이야기를 꺼내지 말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본인 신념에 따른 탈북이냐’ ‘아니면 강제납치냐’며 개별적인 면담요구에 이어 이제는 법원에까지 출석시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듯싶다.

사랑하는 부모형제를 사지(북한)에 남겨두고 떠날 결심을 한 이들이다. 마음속엔 죽기보다 더 아픈 마음의 상처가 남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탈북경위가 뭐냐’고 따지고 든다니, 이는 탈북민들의 아픈 상처에 우리가 칼질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북한에 남아있는 부모들 입장에선 당국의 매서운 처벌이 두려워 “우리 아이는 그럴 얘가 아니다. 의도적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항변’할 만도 하다. 그래야만 ‘연좌죄에 따른 정치범’ 처벌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이미 이 가족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 놓고 자녀들의 최종답변을 듣고 처리시점을 결정할 것이다.

같은 탈북민으로서 이들 탈북경위를 고집스레 파고드는 분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탈북여성들 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말이다. 또한 평양의 ‘진실규명 요구 서한’을 덥석 받아든 이유도 궁금하다.    

특히 만약 여종업원들이 ‘탈북은 개인의사였다’는 말을 한다면 그 후과는 어떻게 책임질 지도 묻고 싶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친척들 운명은 어떻게 될 가를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냐는 말이다.

지금은 여종원들의 답을 요구할 때가 아니다. 조만간 하나원을 나온 그들은 우리와 함께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될 텐데 왜 이렇게 조급해 하는지 모르겠다. 굳이 더운 날씨에 정부청사 앞에서 피켓 들고 시위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문제다.

만약 북한 당국의 주장대로 ‘유인납치’와 같은 진짜 억울한 참변을 당했다면 언론 혹은 민변 측을 스스로 찾아가 열렬히 호소할 것이다. 그 반대의 이유라도 마찬가지로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렇게 성급하게 그들의 의사를 묻는 일은 결국엔 북한 당국을 도와주는 꼴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에 ‘열정’을 쏟으시는 분들께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왕이면 3만 명 탈북민 모두에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곳(한국)에 왔나”는 물음으로 상담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