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왜 서두르나?

지난달 28일 자정이 가까운 23시 11분. 북한이 ICBM급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을 기습 발사했다. 7월 한 달 새 두 번째의 동급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이처럼 막무가내 식 미사일 발사에 주력하는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숨어 있다.

첫째, 핵 미사일 개발의 최종 지향점을 향해 고속 직진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다. 자신들이 설정한 최종상태 (End State)를 최단 기간에 실현하려는 집념과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그 어떤 외재적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엔의 압박은 물론 중국의 중재 역할도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둘째, 김정은 정권은 미국 영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핵 미사일 보유를 최종 상태로 지향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미국 영토라 함은 미국 본토까지를 염두에 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본의 미군 기지나 괌, 하와이까지를 타깃으로 설정한다. 미국 본토까지는 미사일 사거리가 1만km를 넘어야 하므로 기술개발은 계속하겠지만 이 정도 ICBM을 실전 배치하는 수준까지는 상당 기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영토가 최종목표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 미사일은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북극성-2’와 하와이를 겨냥한 ‘화성 12’다. 이 미사일의 실전 배치가 김정은 정권이 노리는 목표로 보인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ICBM급 기술을 확보하기 전에는 그 어떤 압박이나 협상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김정은 정권은 인도, 파키스탄처럼 사실상(de facto)의 핵보유국 지위를 추구한다는 메시지다. 붕괴된 사회주의 국가 시스템을 일으켜 세우고 백두정권 안위를 지키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국과 결별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한 것이나, 그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협상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김정은 정권이 지향하는 최종 상태가 실현되면 협상에 나올 것이지만 과거의 비핵화 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이 염두에 두는 협상 대상국은 미국이며, ICBM 개발 중단을 협상 카드로 삼을 것이고, 중국은 이를 중재할 것이다. 이것이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는 핵 미사일 비전이자 협상전략의 대강(大綱)이다.

북한이 외부에 전달하는 이러한 메시지는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최종 상태와는 큰 괴리를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는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협상의 최대치이며, 핵강국 지위는 북한이 지향하는 최대치다. 현실적으로 이 최대치는 협상 테이블에서 타결되기 어려운 기대치에 해당한다. 실제 협상에서는 양측이 지키고자 하는 최소치(마지노선) 근처에서 타결점이 구해진다. 북한이 핵강국 지위를 포기하고 단순 핵보유국 지위를 마지노선으로 상정하는 경우 국제사회의 마지노선은 과연 어디로 설정되어야 하는가? 다음 세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

①ICBM 개발 중단으로 설정한다면 북한에게 핵무기를 허용하는 셈이 되며, 이는 북한이 완승을 거둔다는 의미가 된다.

②모든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으로 설정한다면 이 역시 북한에게 핵무기를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③중거리 미사일과 모든 핵무기 폐기로 설정한다면 북한을 핵 포기로 유인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언제든 핵실험 강행으로 이어질 위험을 잔존시킨다. 핵과 미사일 기술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사회가 어떤 목표를 마지노선으로 추구해도 북한에게 유리한 협상 결과를 허용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협상전략은 최소치가 아니라 최대치를 향해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유엔의 제재 강도를 높이면서 미국과 중국의 공조를 강화하는 길이 북한 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는 당근책 역시 제시해야 하지만 비핵화를 선결요건으로 삼아야 하며, 핵 미사일 문제 자체를 협상 의제로 설정하는 경우에는 북한에게 핵보유국 지위를 허용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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