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992년 화폐개혁 단행해 주민들 쌈지돈 ‘갈취’

북한이 30일 17년만에 화폐개혁을 전격 단행했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47년 이후 이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화폐교환과 개혁을 단행했다. 북한 당국의 화폐개혁은 언제나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가장 최근의 화폐교환은 1992년 11월에 있었다. 당시에는 구권과 신권의 교환비율을 1:1로 하고 각 가구당 교환액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말이 화폐교환이지 신권과 구권을 교환한다는 명목으로 주민들의 쌈지돈을 국가에서 빼앗아 간 셈이다.


당시 최고 액면가는 100원이었고 최저가는 1전이었다. 북한 은행들은 만 17세 이상 성인에 한해 1인당 300원씩 교환해 줬다. 기타 개인이 가지고 있던 돈들은 2만원 한도까지 적금으로 받아주었으나 그 이상은 전면 무효화했다.


적금으로 보관하던 돈들도 다음해 3월까지 내어주지 않다가 각 세대당 4천원까지 인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나머지 돈은 은행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출금해주지 않았다.  


당시 급작스럽게 진행된 화폐교환으로 북한 전역이 아수라장이 됐다. 미처 돈을 처리하지 못한 장사꾼들과 중국화교들은 대학기숙사나 돌격대 숙소들을 돌며 돈이 없어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300원씩 주고 바꾸게 했으며 그중 100원은 사례비로 줬다. 


특히 피해를 봤던 사람들은 친척방문 명목으로 북한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던 중국 조선족들이었다. 당시까지 그들은 북한에서 장사하기에 위해 유리한 북한 돈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북한화폐는 일절 교환해주지 않았다. 그때까지 북한은 ‘외화바꿈 돈표’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소유하고 있던 북한 화폐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북한 돈을 가지고 있던 중국인들은 압록강과 두만강에 나와 북한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김일성, 김정일을 비난하는 욕설을 퍼부으며 돈을 모두 불사르거나 강물에 처넣었다.


그러나 이런 화폐개혁에도 불구하고 북한화폐의 가치하락은 2000년대 이후에도 지속됐으며 북한당국은 어쩔 수 없이 추가로 대량의 고액권을 찍어냈다.


북한에서는 2002년에 500원권과 1000원권 지폐가 등장했다. 2005년에는 200원권과 5천원권도 추가됐다. 5천원권은 발행년도가 2002년 공화국창건 60돌 기념으로 되어있으나 실제 발행된 연도는 2005년이다.


이런 기습적인 화폐개혁과 고액권 발행은 결국 북한 화폐에 대한 신뢰성 추락으로 귀결됐다. 지금 북한의 부유층 사이에서는 북한화폐가치 하락을 우려해 금이나 달러, 유로화, 위안화 등으로 자기 재산을 모아두려는 분위기가 만연하게 된 이유다.


이번 화폐개혁도 과거 화폐개혁을 답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 화폐개혁은 오히려 북한 화폐에 대한 신뢰성을 더욱 떨어뜨려 외화 의존도를 더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