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된 리만건, 김정은 ‘지적’에 평양종합병원 자재 총책임자로

건설자재 생산하는 군수공장 현실과 공정 수행 능력 꿰뚫고 있는 리만건 '적임자'로 발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참가한 일꾼들과 건설자들은 총 콩크리트(콘크리트)치기 과제의 90%계선을 돌파하였다”라며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소식을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당간부양성기지의 부정부패 사건으로 해임된 리만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이 지난달 평양종합병원의 건설 자재를 보장하는 총책임자에 지목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인력과 기술력에 비해 자재가 따라서지 못하자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는 인민들과 약속한 공사 기한을 보장 못 할 수 있다고 지적하시며 리만건을 총책임자로 파견하셨다”며 “정확히 말하면 건설자재 총책임자인데 자재가 선행되지 못하면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므로 그가 사실상의 총책임자인 셈”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리만건은 현직에서 해임된 뒤 리병철 당 군수공업부장을 도와 군수공업 부문 제2경제위원회 산하 생산 단위들을 장악·통제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달 초 평양종합병원 건설 과정에서 제기된 자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여겨져 김 위원장의 부름을 받고 현재 관련 사업을 맡고 있다.

북한 전역에 세워진 공장의 90%는 군수공업을 위한 생산 공정으로, 금속·철재·목재 등 건설에 필요한 필수 자재들은 사실상 군수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생산·조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 올해 군수 공장들의 생산계획지표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평양종합병원 건설 자재도 속전속결로 보장하게 할 지휘관이 필요했고, 이에 군수공업 생산 현장의 상황과 과제 수행 능력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리만건이 적격자로 발탁됐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리만건은 연형묵, 태종수 다음가는 국가 군수공업 발전의 역사를 쓴 인물이자 군수공업 분야에서 연구·생산·심사·배치 등 4대 중심고리를 틀어쥐고 모든 문제에서 현장과 기술을 꿰뚫고 있는 군수공업의 인재로 장군님(김정일)과 원수님께 인정받은 존재”라며 “모든 군수공장의 현실과 공정 수행 능력을 손금 보듯이 통제·장악하면서 현실적인 보고를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실력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 리만건이 총책을 맡은 이후 전국적으로 자재 보장에 탄력이 붙으면서 건설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평양종합병원의 외관 작업 공정률은 80%, 내부작업 공정률은 63%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지휘부 참모들과 건설자들은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평양종합병원의 외관은 김 위원장이 목표로 제시한 10월 10일 당 창건일 전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내부 시공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목표 완공 기일을 맞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완공과 동시에 문을 열고 병원 운영을 시작할 정도로 완벽히 작업을 끝내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내부 시공에 사용될 활석, 페인트 등 국내 생산 자재들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어 수입산 자재를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라는 것. 이 때문에 기일 내 내부작업 마감 여부를 두고서는 다소 회의적인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당 75돌에 외관적으로는 완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내부에 의료 설비들까지 정상적으로 갖춰 실제 병원으로서의 구실과 사명을 하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말들이 나온다”며 “리만건도 제 기일 내에 골조물이 올라가는데 필요한 자재들을 원만히 보장하는 것까지가 본인의 임무라고 여기고 내미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현재 평양종합병원 건설은 근위영웅여단과 8건설국(8총국) 등 군 조직이 나서고 있는데, 건설지휘부가 초기에 애국심, 충성심, 헌신성을 발휘한다며 군인들을 건설 현장에 밤낮없이 투입하다 추락 등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주야 맞교대 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조, 밤에 자고 낮에 일하는 조로 나누되 노력이 부족한 곳에는 전국의 기관별 동원 인원들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충성의 불도가니로 끓어번지는 평양종합병원건설장’이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평양종합병원건설장에 충성의 돌격전, 치열한 철야전, 과감한 전격전의 불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치고 있다”면서 군인 건설자들과 지원자들이 완공을 앞당기기 위한 투쟁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