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유엔, “南北 철도 연결 대북제재 적용 면제”

진행: 지난 한 주간 한반도에서 화제가 됐던 주요 사안을 살펴보는 <한반도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데일리NK 하윤아 기자와 함께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23일,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에 대해, 제재 적용을 면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은 4·27 판문점 선언에 담긴 합의인데요. 하 기자, 이번 안보리의 결정으로 남북 철도·도로 협력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요?

  •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방금 제가 읽은 내용은 427 판문점선언 1조 6항의 문구입니다. 이후 남북은 6월에 열린 철도협력 분과회담에서 7월 24일부터 경의선 현지 공동조사부터 진행하자는데 합의했죠. 그런데 군사분계선 통행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가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대한 우려로 철도의 통과를 승인하지 않아 일정이 무기한 미뤄졌습니다. 당초 남북은 서울역에서 출발한 남측 기관차가 6량의 객차를 끌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에 북한 기관차로 바꿔서 신의주까지 시험운행하려는 계획이 있었지만, 유엔사가 이를 반대한 것이죠.

진행: 철도 공동조사를 어렵게 만든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 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해서 그동안 여러 번 북한에 대한 제재를 결의해왔는데요. 그중에서 결의 2397호는 철도, 궤도용 기관차, 신호설비, 차량 등의 대북 반출, 그러니까 이런 품목을 북한으로 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이번에 유엔 안보리가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공동조사를 대북제재 결의의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남북 공동조사에 필요한 유류 등의 물자를 북한으로 반출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진행: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 유엔이 제재 면제를 인정하면서 철도연결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게 됐는데, 한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 청와대는 유엔 안보리가 제재 면제를 인정하기로 한다는 결정을 크게 환영했습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우리가 연결하게 될 철도와 도로는 남북을 잇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핵화와 함께 속도를 낸다면 2022년에 경의선을 타고 신의주까지 가서 단둥에서 갈아타고 베이징 동계올림픽 응원을 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철도 연결 사업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과 지지를 받았다는 의미가 크다”면서 “오래 기다려온 일인 만큼 앞으로 조국산천의 혈맥이 빠르게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 자, 그럼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는건지 궁금합니다.

  • 일단 한국 정부는 예상보다 일정이 지연된 만큼 철도 공동조사를 최대한 서둘러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래서 이르면 이번 주부터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일정에 대해 북측과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후에 북측과 일정을 조율하면 당초 계획대로 남측 열차가 북측으로 건너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성~신의주까지의 경의선 구간에 이어서 고성~두만강까지 이어지는 동해선 구간에 대해 공동조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정부는 속도를 내서 모든 공동조사를 2~3주 안에 마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 철도 연결 ‘착공식’도 남북이 합의한 대로 연내에 진행될 수 있을까요?

  • 앞서 남북은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 당시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올해 안에 개최하는데 합의했는데요. 관련해서 이후 10월에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착공식 일정을 11월 말∼12월 초로 구체화하기도 했죠. 남북 간 합의만 가지고 본다면 이번 주에도 이뤄질 수 있는 것이었는데요. 그런데 유엔이 대북제재 등을 이유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올해 안에 착공식이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죠. 착공식 자체는 유엔의 제재 면제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인데, 일단 현재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연말 착공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진행: 착공식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철도 현대화를 위한 공사가 진행될 텐데요. 무리 없이 잘 진행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 이번 유엔의 제제 면제 승인으로 공동조사가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되고, 여기에 탄력을 받아서 착공식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본격적인 공사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발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아무래도 공사를 진행하려면 대량의 물자나 장비들이 북측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제재 위반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제재 면제가 아닌 제재 해제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재 해제 문제는 아시다시피 국제사회가 인정할 만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지 않습니까? 때문에 철도 현대화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북한도 비핵화 진전에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 이번 유엔 안보리의 제재 면제 승인, 이 부분에서 우리가 주목해볼 부분이 바로, 미국의 입장입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하죠. 미국이 제재 면제를 하자는데 동의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잖아요?

  •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지부진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다시 시작될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는데요. 그런 미국이 특정 사안이긴 하지만 제재 면제를 인정하는데 동의했다는 것은 북측에 ‘다시 협상장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그동안 북한은 남북 협력사업을 견제하는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습니다. ‘미국이 북남관계 개선 문제를 놓고 남조선 당국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우리 민족 내부 문제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는 게 북한 측의 주장인데요. 어찌 보면 미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남북협력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 됐으니, 곧 북미 간 대화도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진행: 미국 정부에서는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는 입장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고위급회담이나 실무회담이 열리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가능성은 있다 이렇게 보시는지요?

  • 일단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를 하겠다는 마음은 있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미국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와 관련해 제재를 면제하는데 동의하고, 또 내년 봄으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범위도 축소하기로 발표하는 등 북미 간 대화가 열릴 수 있는 긍정적 요인들이 마련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북한에서는 12월에 김정일 기일이 있고, 미국은 오는 30일 아르헨티나에서 개막하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일정이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 모두 12월은 각자의 일정으로 시간이 없는 것이죠. 때문에 내년 초에 정상회담을 열려면 사전 준비 작업이 11월 안에는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북미 고위급회담이 개최된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죠.

진행: 지난번에 북한이 고위급회담을 연기한 뒤로 ‘언제 열자’는 얘기는 아직 없나보네요.

  •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당초 지난 8일에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릴 예정이었는데, 북한의 요청에 따라 연기가 된 상황인데요. 만약 이번주 초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으면 이달 내에 고위급회담이 열리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27일이나 28일쯤에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미국이 제안했지만, 북한이 답을 주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원하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미국을 대응할 협상 전략을 짜는데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이달 중에 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일정도 그만큼 뒤로 밀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 네. 지금까지 하윤아 기자와,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적용을 면제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