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北美 고위급 회담 돌연 연기… 긴장감 고조

진행: 지난 한 주간 한반도에서 화제가 됐던 주요 사안을 살펴보는 <한반도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데일리NK 하윤아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8일에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개최 직전에 돌연 연기된 이후 북미가 갈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압박’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북한은 ‘대화가 필요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하 기자, 지금 북미 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죠?

  • 8일에 예정됐던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회담이 연기된 이후 북미 간에 또 다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미국은 다시금 대북제재를 내세워서 북한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바짝 쥐고 있고, 북한은 이에 맞서 비핵화 협상 중단, 핵-경제 병진노선 재개를 공개적으로 꺼내기 시작했는데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미국과 제재가 완화돼야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북한이 갈수록 선명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진행: 일단 먼저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배경부터 짚어주시죠?

  • 고위급회담이 전격적으로 연기된 배경을 두고서는 여러 추측들이 나왔는데요.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정이 잡히고 있는 여행들 때문이며, 회담 일정은 다시 잡힐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이후에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순전히 일정을 다시 잡는 문제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일정을 다시 잡으면 된다는 이야기 인데요. 이 와중에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은 북측이 미측에 ‘서로 일정이 분주하니까 연기하자’고 했다는 설명을 미국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말에 따르면 결국 북한이 연기를 요구한 셈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북한이 왜 연기를 통보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데요. (왜 일까요?) 일단 시기적으로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었고, 이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를 조금 지켜보려는 심산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해석해볼 수 있겠습니다.

진행: 그런데 미국은 지난 6일 중간선거 이후에 대북제재 압박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압박을 강조할 때마다 등장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고 있죠?

  • 그렇습니다. 마이크펜스 미국 부통령은 미국 언론 기고를 통해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전례없는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를 포함한 압박 기조를 유지할 것을 모든 인도, 태평양국가들에 요구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의 이번 기고는 11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될 아시아태평양 지역 순방을 앞두고 나왔는데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기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전선에 균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대화를 강조했던 국면에서 다시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는 국면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라, 또 다시 북미 간에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진행: 북한 역시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요?

  • 네. 아직 북한은 공식 기구를 통해 미국의 압박 기조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는데요. 다만 대외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즉 조총련의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10일 “미국이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면서 현상유지를 선호한다면 구태여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신보는 또 미사일과 로켓 발사 중단 성과는 모두 북한이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이고, 이에 대한 미국의 화답은 아직도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 최근에 북한이 경제-핵 병진 노선의 부활을 여러 번 언급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미국에 대한 어떤 경고의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 네. 경제-핵 병진노선 부활은 지난 2일 북한 외무성의 권정근 미국연구소장이 발표한 논평에 처음 등장했는데요. 당시 권 소장은 “만약 미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요구를 제대로 가려듣지 못하고 그 어떤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지난 4월 우리 국가가 채택한 경제건설총집중노선에 다른 한 가지가 더 추가돼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으며 이러한 노선의 변화가 심중하게 재고려될 수도 있다”며 미국을 압박했죠. 그런데 이번에 조선신보가 이를 거론하면서 미국에 또 한 번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제재 완화와 같은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진행: 대북제재 이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중국인데요. 미국은 중국과 17개월만에 연 외교안보 회담에서, 중국에 제재 협조를 요청했고, 중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고 하죠?

  • 네. 북미 간 기싸움이 진행되는 와중에, 미국은 9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대북제재에 협조해달라는 입장을 중국에 전달했습니다. 이번 회담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는 데 있어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중국에 표했다”며 “대북제재 이행에서의 중국의 협력은 비핵화 문제의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계속 엄격하게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화답하면서 미국의 대북압박 기조에 보조를 맞췄습니다. 대북제재를 해제해야한다고 요구했던 중국이 다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해나가겠다고 말한 것이죠.

진행: 비핵화와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북미 간에 신경전이 이어지고, 또 여기에 중국이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참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남북간 합의들도 이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에요.

  • 북미 대화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다, 양측이 아주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간에 합의했던 여러 협력사업 일정들도 줄줄이 뒤로 밀리고 있는데요. 10월 안에 진행하기로 했던 북측 예술단의 서울공연이나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는 이미 시한을 훌쩍 넘겼고, 11월 초로 예정됐떤 동해선 철도 공동조사도 사실상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이렇게 보여집니다. 또 지금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도 지금 좀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일단 군사 분야에서는 남북 간 합의가 차근차근 이행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그 외에 분야에서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죠. 이 가운데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미 간에 기싸움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남북 합의 이행 시기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 그런데요. 어제 청와대가 북측에 제주산 귤 200톤을 선물로 보냈습니다. 남북관계와 관련한 핵심 인사들도 이 계기에 평양으로 갔다고 하고…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 네. 말씀하신대로 청와대는 11일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제주산 귤을 북측에 선물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송이버섯을 선물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답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일각에서는 제주 귤을 선물로 선택한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해 제주도 방문 가능성이 제기됐었는데요.

  • 그렇습니다. 이 제주도 방문과 관련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외할아버지인 고경택이 제주도 출신이라는 것 또, 김정은 위원장 외가의 가족묘지가 제주도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적도 있죠. 실제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김정은 위원장 답방 시에 한라산을 방문할 경우에 대비한 여러 가지 사항들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귤 선물 외 남북 간에 다른 논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 어쨌든 맛좋은 제주도 귤이 북측으로 전달됐다니, 많은 북한 주민들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있겠죠?

  • 그러게요. 개인적인 바람은 모든 북한 주민들이 귤 선물을 받아봤으면 하는데요. 제주산 귤은 10kg 상자 2만개에 담겨서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하루에 두번 씩 모두 네 차례에 걸쳐서 남한 군 수송기로 전달이 된다고 하는데, 청와대가 이 귤을 선물로 선정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평소 맛보기 어려운 남쪽 과일이며, 지금이 제철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한 만큼, 많은 북한 주민들이 귤 선물을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 저 역시 그런 바람입니다. 네. 북미 고위급 회담이 돌연 취소된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