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분위기에 청춘 낭비” 토로 북한 하사, 탄광 추방 위기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 북한 군인들. /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최근 북한 자강도 강계시 남문동에 위치한 한 갱도에서 근무하던 군인이 술을 마시며 군(軍) 실태와 당(黨) 정책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다 적발, 탄광으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고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1일 강계시 남문동 서북부 로케트 보관 지하 갱도서 리 모 하사가 몰래 술을 마시면서 정세 평가한 것이 문제가 됐다”면서 “이들의 말은 보위지도원에게 개인 사상 동향 보고가 올라갔고, 리 하사는 즉시 체포되어 보위부 영창 관리대에 구류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리 하사는 근무 시 술 마신 죄와 당 정책 비난 죄 등으로 노동단련대 1년 형 선고를 받은 것”이라며 “형기가 끝나면 과오제대(불명예제대) 딱지를 붙여 탄광 막장 노동자로 보내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우 이는 군 형법 상 근무 태만(제35조)죄에 해당,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북한의 군 형법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어 해당 처벌이 합당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북한 형법 74조 ‘명령, 결정, 지시 집행 태만죄’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주석, 국방위원장,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명령, 당 중앙 군사위원회 명령, 결정, 지시, 국방위원회 결정, 지시를 제때에 정확히 집행하지 않은 자는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리 하사가 최근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서 지나치게 오랜 시간 군대에 복무하는 것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은 것도 문제시 될 가능성이 크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리 하사는 “남조선(한국)도 미국도 우리(북한)가 로케트(장거리미사일)랑 핵무기 안 만드는 한 전쟁 안 하겠다고 그런다’는 식으로 말했다. 또한 “놈들(한미)도 다 평화를 바라고 있는데 우리가 10년 13년씩 군사복무하면서 지하갱도를 지키고 있는 건 무모한 짓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울러 리 하사는 “이런 데서(지하갱도) 수십 또는 수백 명씩 청춘을 낭비한다는 것도 슬픈 일이다” “평화 분위기에 맞게 우리의 전략도 수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병사 개인의 볼멘소리까지 파악해 처벌한 셈으로, 북한이 얼마나 개인 감시가 철저한 사회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대상으로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데, 간부나 군인 같은 경우는 세력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히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는 해당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보위부에 밀고하면서 밝혀지게 됐다.

이로 인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군인들 사이에서는 입조심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군인들 사이에서 ‘들은 것 그대로 다 말하다가 보위부 스파이들에게 걸리면 일생 망친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누구도 믿을 수 없으니 다들 입 조심하자는 반응을 보이면서 이번 사건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내부의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강연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 사건 이후 군 당국에서는 ‘적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안일해지는 현상을 철저히 퇴치 전멸시켜야 한다’는 식의 강연을 강화했다”며 “전군에 일종의 혁명적 군풍을 확립할 데 대한 사상학습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