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칼럼] ‘냉면 목구멍’ 발언, 민족화해 입장서 바라보자

북한 리선권이 우리 대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가’고 한 발언이 커다란 논란이 되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리선권의 오만 무례한 언행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이번 만은 공식 사죄를 받아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발언의 전후 맥락을 잘 따져 보아야 하며 북한 사람들의 ‘센 농담’에 과잉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리선권의 냉면 발언을 처음 들었을 때, 과연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좌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리선권이 남측 대기업 총수들 앞에서 그런 발언을 하였다면 전후 맥락에 관계없이 좀 오만 무례한 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가’라는 발언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상급이 하급에게 늘상 하는 말입니다. 이런 말을 듣고 불쾌해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더욱이 리선권이 우리 대기업 총수들과 국수를 함께 먹으러 왔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사전에 계획된 ‘의도적인 도발’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일했던 북한 외무성에서도 2000년대 초까지 김정일에게 보고하는 문건에 미국은 ‘미국놈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중국 것들, 러시아 것’들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그래야 당에 대한 충실성도 높고 자주적대도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김정일이 강석주 1부상에게 일반 주민들은 그렇다 치고 점잖게 행동해야 할 외교관들까지 그런 야비한 표현을 쓰면 앞으로 외교 활동 시 실수할 수 있다고 경고해 그다음부터 ‘미국놈, 중국 것, 러시아 것’이라는 표현들이 없어졌습니다.

북한도 간부들에게 주민들 앞에서 항상 언어 예절을 잘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리선권도 좋은 의도에서 웃자고 한 말일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놓고 북한으로부터 공식 사죄를 받아내거나 리선권의 인사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봅니다.

만일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공식 사죄를 받아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마땅히 문 대통령의 평양 비행장 도착 시 행사장에 인공기만 높이 띄여 놓은 문제, 평양 정상회담 기념 사진 촬영 시 한반도 지도 우(위)에 북한 노동당 마크가 있는 배경을 이용한 것부터 문제 시 해야 할 것입니다.

평양 비행장에 인공기만 띄여 놓았다거나 한반도를 주체사상의 기치 밑에 북한노동당이 적화통일 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치적인 장소를 사진촬영 장소로 선택한 것은 북과 남 사이의 관계를 통일로 가는 ‘특수관계’라고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한 난폭한 유린입니다.

도발 의도가 없는 우발적인 문제들까지 사사건건 공식 사죄나 인사조치를 요구한다면 잘못을 범한 사람을 대중 앞에서 비판시키고 처벌하는 북한 노동당 식, 중국 공산당 홍위병 식입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북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부터 시작되며 그러자면 북한의 잘못을 깨우쳐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번에 리선권의 냉면 막말이 논란이 된 것을 김정은도 다 알 것입니다. 리선권 본인도 자극을 받았을 것이며 앞으로 남북 회담에서 주의할 것입니다. 리선권의 냉면 막말 논란, 이제는 북남 화해의 견지에서 이 정도 수준에서 정리하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통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