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주간 北미디어] “김정은, 어린이 착취 오명 뒤짚어쓸텐가?”

<편집자 주> 북한 노동신문의 모든 제작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도를 받는다. 때문에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정권이 의도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과장과 선전의 거품을 제거하고 들여다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동향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노동신문 중 특색있는 기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의 속내와 민낯을 파헤치고자 한다.

북한의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가 수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만일 어린이들을 강제동원하여 인민의 나라라는 제목의 집단체조를 (다시) 강행한다면 ‘인민의 나라’가 아니라 ‘독재의 나라’ ‘인권유린의 나라’ ‘어린이 착취의 나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11일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과 함께 진행하는 ‘주간 북한미디어’ 분석 인터뷰를 통해 “어린 학생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그들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대외에 북한을 인민의 나라로 선전하는 방법인지는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도 유엔아동권리협약 당시국인 것만큼 어린이들이 휴식과 여가를 즐길 권리, 교육을 방해받거나 건강에 해로운 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면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세계의 대다수 나라가 어린이 등 미성년자를 강제로 국가 행사에 동원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태 전 공사는 “주민들에게 이미 집단체조가 개막되었다고 공지하여 취소할 수 없다면 어린 학생들이 나오는 부문만이라도 이번 집단체조에서 빼야 한다”면서 “그것이 진정한 인민의 나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간부에게도 “진정으로 김정은을 인민을 사랑하는 지도자, 어린이들을 나라의 왕으로 생각하는 지도자로 받들고 싶으면 집단체조에서 어린이 장 ‘세상에 부럼없어라 우리는 행복해요’ 장을 빼자고 건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에 김정은이 집단체조의 어느 부문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애들을 동원시킨 것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으면 정말 다행”이라면서 “스위스에서 교육받은 김정은도 다른 나라들에서 어린이들을 얼마나 귀중히 여기는지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지가 11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파악한 결과, 김 위원장은 ‘인민의 나라’가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는 ‘인해전술’ 방식의 집단체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공연에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혁신이 없다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공연의 내용적 측면에서 지도자의 위대성을 신조화하지 말고 현실적인 주제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관련기사 : 검색 인민의 나라 인민의 나라보고 심각히 비판한 김정은, 지적내용 보니)

김정은 인민의나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일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를 관람했다고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가 4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다음은 태 전 공사의 분석 내용 전문]

안녕하십니까. 태영호입니다.

오늘부터 매주 1회씩 북한 주민들이 다 볼 수 있는 그 주간의 로동신문 중에서 특색있는 기사나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현실을 세계에 바로 알리고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바로 잡아나가는 ‘로동신문을 통해 정상국가로 가기 방송’을 시작합니다.

이번 주에는 지난 6월 4일 자 로동신문 1면에 실린 기사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로동신문에 의하면 6월 3일 평양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가 개막되었는데 개막되자마자 공연이 중지되고 대폭 수정작업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북한이 집단체조를 개막했다가 개막공연만 하고 갑자기 중지한 것은 전례 없던 일입니다.

그 원인은 김정은이 공연이 끝난 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창조성원들을 불러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지적하고 그들의 그릇된 창작창조기풍, 무책임한 일본새에 대해 심각히 비판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하면서 해당 단위의 사업에 대하여 지적한 적은 있었지만 다 준비된 공연을 전체 평양시민들과 함께 관람한 후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고 중지시킨 적은 없었습니다.

김정일 때에는 공연이 개막하기 전에 먼저 나가 여러 번 직접 보면서 하나하나 수정시키고 일단 개막공연이 진행된 다음에는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난 4월부터 평양시에서 집단체조공연 연습이 시작되었다는 보도들이 나오면서 혹시 중국 시진핑 주석이 6월에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는 추측성 보도까지 나왔었는데 6월 3일 개막된 집단체조 ‘인민의 나라’에서 어느 부문이 김정은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북한 TV에 얼핏 소개된 집단체조 장면을 보니 그만하면 훌륭한 것 같았고 로동신문도 ‘출연자들이 아름답고 우아한 률동과 기백있는 체조, 흥취나는 민족적 정서와 풍부한 예술적 형상, 천변만화하는 대규모의 배경대(카드섹션) 화폭으로 공연을 펼치였다’며 극찬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의 무책임한 일본새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한 것을 보니 아마 비판받는 당사자들은 혹시 과한 처벌을 받지 않을지 속이 떨렸을 것입니다.

어쨌든 김정은의 비판이 있은 후 집단체조 공연은 중단되었고 외국 관광회사들도 당분간 집단체조가 수정작업을 거치게 된다고 소개했습니다.

사실 북한이 세상에 자랑하고 있는 집단체조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참가자 수나 그 장엄함에 대하여 대단히 놀랍니다.

제가 북한 외교관으로 있을 때 외국 대표단과 집단체조 배경대를 놓고 사람이 하는가 아니면 로봇이 하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다투기까지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외국인은 일국의 특명전권대사였는데 계속 로봇이라고 하면서 중학교 학생들이 배경대를 한다는 나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지금 북한 당국이 관람객 한 사람당 최고 890달러를 받고 있지만,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다 관람하고 있으며 심지어 집단체조를 한 번 보려고 영국에서 평양까지 숱한 돈을 쓰며 찾아가는 외국인들도 있습니다.

대집단체조는 공연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대단한 볼거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총 출연자 10만 명의 대집단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스케일, 화려한 군무, 관객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기기묘묘한 테크닉 등등은 관객들로 하여금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공연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집단체조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이 나오는데 저렇게 어린 애들을 6개월씩 공부도 시키지 않고 맹훈련을 시키느냐, 그래도 부모들이 가만있는가, 아마 외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당장 시민들이 들고 일어날 것인데 북한 부모들의 사고방식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곤 합니다.

제가 저의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서술했듯이 영국 외무성의 북한 담당 과장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9살짜리 어린이들이 추운 겨울 평양시 길바닥에서 손에 장갑을 끼고 텀블링을 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습니다.

그가 북한에 갔던 때가 2005년 12월인데 당시에는 김정일의 생일이 2월 16일이어서 2.16일 경축 집단체조가 평양시 체육관 실내에서 진행되곤 했습니다.

2월 16일 전에 집단체조공연을 완성해야 하니 그 전해 11월부터는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평양시 체육관 장소가 협소하여서 할 수 없이 체육관 앞 광장에서 연습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외국인들이 다 보는데 12월에도 어린애들을 평양체육관 앞 광장에서 집단체조 연습을 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내용으로 영국 외무성 과정의 반영을 빗대고 김정일에게 보고하였으며 김정일도 처음에는 외무성 1부상이였던 강석주에게 화를 냈으나 그 후 겨울에 평양시 야외에서 어린 학생들의 집단체조 연습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김정은 본인도 제가 북한에 있을 때인 2012년에 학생들이 6개월씩 공부도 못하고 집단체조 연습을 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서 2013년부터 집단체조를 중지시킨 바도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외무성에서 김정은의 이러한 지시를 전달받으면서 속으로 이제는 ‘인민의 지도자가 나타나는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다시 집단체조가 시작되었습니다.

북한은 집단체조가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정신으로 학생들을 교양하는 데 있다고 하지만 그러한 집단주의라는 흐름 속에서 어린이들의 인권이 무참히 유린당합니다.

북한의 집단체조의 화려한 외양을 한 꺼풀만 벗겨내고 들여다보면 결국 집단체조는 수령을 신격화, 인민을 노예화하는 전형적인 수령 우상화 공연임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그래서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도 집단체조는 북한이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대한 위반이라고 명시하였습니다.

북한도 유엔아동권리협약 당사국인 것만큼 어린이들이 휴식과 여가를 즐길 권리, 교육을 방해받거나 건강에 해로운 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세계의 대다수 나라가 어린이 등 미성년자를 강제로 국가 행사에 동원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자기의 지난 역사를 자랑스러워하고 북한을 ‘인민의 나라’라고 대외에 선전하는 것은 북한의 자주권에 속한 사항입니다.

그런데 인민의 나라라고 하면서 부디 어린 학생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그들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대외에 북한을 인민의 나라로 선전하는 방법인지는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집단체조의 어느 부문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애들을 동원시킨 것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으면 정말 다행입니다.

스위스에서 교육받은 김정은도 다른 나라들에서 어린이들을 얼마나 귀중히 여기는지 잘 알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집단체조를 수정하여 다시 하느라 하지 말고 북한이 진정으로 ‘인민의 나라’라면 집단체조 제목만 인민의 나라로 하지 말고 진정한 인민의 나라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만일 어린이들을 강제동원하여 인민의 나라라는 제목의 집단체조를 강행한다면 ‘인민의 나라’가 아니라 ‘독재의 나라’ ‘인권유린의 나라’ ‘어린이 착취의 나라’로 낙인찍힐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이미 집단체조가 개막되었다고 공지하여 취소할 수 없다면 어린 학생들이 나오는 부문만이라도 이번 집단체조에서 빼십시오.

그것이 진정한 인민의 나라로 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간부 여러분도 진정으로 김정은을 인민을 사랑하는 지도자, 어린이들을 나라의 왕으로 생각하는 지도자로 받들고 싶으면 집단체조에서 어린이 장 ‘세상에 부럼없어라 우리는 행복해요’ 장을 빼자고 건의하십시오.

인간의 사랑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입니다.

부모들이 자식을 진정한 사랑으로 품어주고 귀하다고 하지 않으면 앞으로 그 자식들이 커서 부모들을 잘 모실 수 있겠습니까?

오늘은 북한이 세상에 자랑하는 집단체조 ‘인민의 나라’라는 주제로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시간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