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백두의 칼바람 정신’에 주민들 혹한 내몰려”

[주간 北 미디어] 태영호 "제재 따른 고통 해소 위해 칼바람 맞으라는 것인가" 비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초 백두산에 올라 ‘백두산 칼바람 정신’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애꿎은 주민들이 혹한 추위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17일 데일리NK와 국민통일방송이 진행하는 ‘주간 북한 미디어’ 분석에서 “김정은의 계속되는 백두산 칼바람 정신 강요로 인해 북조선(북한) 간부들과 청년들이 혹한의 추위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라 모든 간부에게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를 지시하면서 ‘백두의 칼바람 정신’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신문은 김 위원장이 “손발이 시리고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한 추위도 느껴봐야 선렬(선열)들의 강인성, 투쟁성, 혁명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는데, 이는 사실상 ‘간부들과 청년들이 너무 나약해 백두산 혹한 추위를 겪어봐야 정신 차린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태 전 공사의 설명이다.

실제 이후 노동당 선전간부들과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 소속 청년들은 눈 덮인 백두산을 오르고 김일성 일가의 혁명사적지를 답사했으며, 그 모습은 북한 매체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 기상청 정보포털에 따르면 북한군 선전일꾼들이 답사를 진행한 기간(10~14일) 백두산 인근 지역인 삼지연의 평균온도는 영하 11.6도였고 최저온도는 영하 19.5도였다. 산에는 강한 바람이 부는 경우가 많아 실제 평균온도와 체감온도는 더 낮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14일 노동신문은 청년동맹원들의 답사 소식을 전하면서 “동지들이 백두산으로 오르는 길에 맞은 바람의 속도는 초당 10m정도”라고 보도했다. 기상청 날씨지수에 따르면 기온이 영하 19.5도에서 바람이 10m/s로 불면 체감온도는 영하 33도까지 떨어진다.

이에 태 전 공사는 “추운 겨울날 백두산 마루까지 올라가 사상을 단련해야 간부들과 인민들이 대북제재와 김정은 사이에서 정말 죽을 지경이 됐다”면서 “대북제재에 따르는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민들이 백두산에 와서 칼바람을 맞으라는 것인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북한군 동기훈련 준비 기간에도 북한군 전체에 ‘백두산 칼바람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지난달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백두의 칼바람 정신으로 전쟁 준비를 완성할 것을 강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보기: 김정은, 全軍에 “백두의 칼바람 정신으로 전쟁준비 완성” 강조)

전국의 청년학생들이 삼지연 혁명전적지를 답사했다고 18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다음은 태 전 공사의 분석 내용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태영호입니다.

최근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궁지에 몰린 김정은이 애매한 청년들과 선전 선동 부문 간부들을 백두산의 혹한 추위 속으로 계속해서 내몰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은의 계속되는 백두산 칼바람 정신 강요로 인해 이 혹한의 추위 속에서 고통받고 있을 북조선 간부들과 청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노동신문 12월 4일 자에 의하면 김정은은 백두산지구의 여러 혁명전적지를 돌아봤습니다.

그날 김정은은 북한군 군종 사령관들과 군단장들, 북한 당 간부들 앞에서 이런 내용의 발언을 했습니다.

“혁명의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새 세대들이 주력으로 등장하고 세계정치 구도와 사회계급 관계에서 새로운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당의 사상진지, 혁명 진지, 계급 진지를 허물어보려는 제국주의자들과 계급적 원쑤(원수)들의 책동이 날로 더욱 우심해지고 있는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언제나 백두의 공격 사상으로 살며 투쟁하여야 한다”

노동신문의 이 대목을 보면 김정은이 어떤 부분을 제일 두려워하는지를 십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모든 간부가 백두산 혁명 전 적지 답사를 통한 《백두산대학》을 나올 것을 지시했습니다.

“혁명전적지 답사실태를 보면 숙영 조건, 교통 조건을 구실로 겨울철에는 답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꽃피는 봄날에 백두 대지에 오면 백두산의 넋과 기상을 알 수 없다. 손발이 시리고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 한추위도 느껴 봐야 선렬(선열)들의 강인성, 투쟁성, 혁명성을 알 수 있고 또 그 추위가 얼마큼 혁명열을 더해주고 피를 끓여주는가 체험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간부들과 청년들이 너무 나약하니 백두산 혹한 추위를 겪어봐야 정신 차린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한 나라의 수령으로써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막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다른 나라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말했다면 다음날로 인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즉시 하야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지난 13일 노동신문에 의하면 저녁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 학생 대표들이 이 추운 겨울날 삼지연으로부터 백두산으로 향하는 답사 행군길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미 답사 행군에 나선 선전 선동 일군 행군대열도 강추위 속에서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노동신문 속 사진을 보면 지금 백두산 지역의 추위가 어느 정도 인지 알 수 있습니다. 신문은 백두산으로 가는 노정에 쌓인 눈이 무릎까지 치고 추위는 뼛속까지 스며들고 있다고 합니다. 몰아치는 눈보라에 앞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오 앞에 휘날리는 붉은 기의 거센 퍼덕임 소리와 앞사람의 발자욱(발자국)으로 방향을 가늠하며 백두산을 향해 한치한치 전진했다고 하는데요.

참가자들은 행군 도중 잠깐의 쉬는 시간에도 편히 쉴 수도 없게 이렇게 ‘항일 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를 꺼내 들고 회상기독보모임을 가져야 합니다.

행군 도중 간부들이 <백두의 칼바람이라더니 정말 간단치 않다>고까지 말했다는 것을 보면 백두산의 추위가 상당히 심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혹한의 강추위 속에 간부들과 청년들을 마구 내모는 이유를 김정은의 발언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13일 백두산을 돌아보면서 “시간을 따로 내서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을 돌아본 것이…. 제국주의자들의 전대미문의 봉쇄 압박 책동 속에서 우리 당이 제시한 자력 부강, 자력번영의 로선(노선)을 생명으로 틀어쥐고 자력갱생의 불굴의 정신력으로 사회주의 부강 조국 건설에 총매진해 나가기 위함이다”며 “당원들과 근로자들, 인민군군인들과 청소년 학생들 속에 백두의 굴함 없는 혁명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혁명 전통교양을 더욱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세우기 위해서였다”고 말했습니다.

대북제재에 따르는 주민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민들이 백두산에 와서 칼바람을 맞으라는 것인데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김정은의 핵무기 고집에 따른 대북경제제재로 고통을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인민들에게 그 고통을 참으려면 이 추운 겨울날 백두산 마루까지 올라가 혹한의 추위 속에서 사상 정신을 단련해야 한다니, 간부들과 인민들은 대북제재와 김정은 사이에서 정말 죽을 지경이 됐습니다.

올해도 다 저물어 가고 이제, 새해 설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제발 이 추운 겨울날 간부들과 청년 학생들이 단 하루만이라도 따뜻한 집안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편히 쉴 수 있게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소박한 기대도 김정은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마냥 슬프기만 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독재자의 등쌀을 잘 버텨내시길 바라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