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金 수산사업소 현지지도 후 北어부들 사지로 내몰려”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산사업소를 방문해 수산물 확보를 강조한 이후 북한 어부들이 사지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10일 데일리NK와 국민통일방송이 진행하는 ‘주간 북한 미디어’ 분석에서 “지난달 김정은이 ‘조선인민군 8월 25일 수산사업소’와 ‘통천 물고기 가공 사업소’를 현지 지도한 이후 동해안에서 난리가 났다”면서 “김정은은 물고기 대풍(大豊)을 마련하라고 한번 지시하면 되지만 어부들은 ‘어로 전사’로 불리며 사지로 내몰린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지시 달성을 인해) 북한 어부들은 추운 겨울 낙후한 목선을 타고 추운 바닷가에서 목숨을 걸고 물고기를 잡고 있다”면서 “북한 동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고기 잡이는 순전히(단순한) 물고기잡이가 아닌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쟁터”라고 말했다.

김정은 수산사업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825 수산사업소와 통천 물고기 가공사업소를 방문했다고 지난달 19일 노동신문이 밝혔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실제 북한의 어부들은 어업 활동을 하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고기잡이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2일 노동신문은 “지금 사업소의 모든 ‘단풍’호 고깃배들이 더 높은 증산목표를 내걸고 적극적인 어로 전을 벌리고 있다”며 “물결(파고)은 2~3m, 바람 속도 15~20m/s, 세찬 파도가 선창을 날아 넘으며 조타실을 들이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대화기(무전기)를 통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것을 지시하는 사업소지령원의 다급한 목소리도 들려온다”면서 “그러나 멈춰서거나 되돌아서는 고기배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지시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어민들이 어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이 같은 내용을 전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목숨을 내걸고 동원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기상청 날씨누리에서 제공하는 수산업지수는 파고 3m 이상 또는 풍속 14m/s 이상은 어업 활동을 하기 나쁜 환경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당 환경에서는 15t 이상의 어선 출항은 가능하나 위험하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노동신문이 전한 기상환경은 국내에서 모든 어선의 출항이 금지되는 풍랑경보(파고 5m 또는 풍속 21m/s 이상)에 버금간다.

김정은 수산사업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825 수산사업소와 통천 물고기 가공사업소를 방문했다고 지난달 19일 노동신문이 밝혔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지시를 관철하기 위해 북한 어부들은 소형 목선을 타고 위험천만한 죽음의 바다로 향하고 있다”면서 (김정은은) 사람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하면서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당국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수산자원 확보 정책으로 인해 북한 어민들은 각종 사고에 노출되고 있다. 이 중에는 작은 배를 타고 일본 인근까지 나가 어업활동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경우도 있다.

이로인해 일본 서쪽 해안지역에는 북한 어민으로 추정되는 시신들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위험한 환경에서 어업 활동을 하다 사망한 북한 어부들이 일본에서 발견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 당국은 비용 문제로 인해 유해조차 찾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고 비판했다.

이와관련해 지난해 일본 야마가타(山形)현 쓰루오카(鶴岡)시 아쓰미(温海) 지역을 취재한 본지 특별취재팀은 북한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목선과 시신이 목격됐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北 목선에 시체까지 불안에 떨었던 日 주민들…연민에 유골 안치 사찰 찾기도)

[다음은 태 전 공사의 분석 내용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태영호입니다.

북한에서 매해 11월부터 12월은 북한말로 낙지(한국의 오징어)와 도룩묵이 제일 많이 잡히는 때입니다. 물고기잡이철이 오면 김정은도 어김없이 동해안 수산사업소를 찾아가 성수기 때 더 많은 물고기를 잡으라고 지시합니다.

지난 11월 19일 북한 노동신문에 의하면 김정은은 ‘조선인민군 8월 25일 수산사업소’와 새로 건설한 ‘통천 물고기 가공 사업소’를 현지지도 했습니다.

김정은은 당시 ‘8월 25일 수산사업소’에서 “수산사업소 전체 일군들과 어로공, 종업원들이 대중적영웅주의와 집단적혁신의 불길을 더 높이 지펴올려 우리 당의 수산혁명방침을 관철해나가는데서 언제나 앞장서나가라”며 기대와 확신을 표명했습니다.

김정은은 ‘통천 물고기 가공 사업소’에서는 “새로 일떠세운 급동 가공 처리 공정 운영을 철저히 기술적요구대로 진행하고 설비 관리 문화를 확립하며 만가동으로 운영하여 품들여 마련한 가공기지가 실지 군인들의 식생활향상에 이바지하게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이런 지시를 내리니 지금 북한의 동해안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11월 22일자 노동신문은 ‘결사관철의 정신으로 포구마다에 펼쳐가는 이채어경‘ 기사를 통해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의 현지지도소식에 무한히 격동된 인민군대 수산부문의 어로전사들이 련일(연일) 성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어 내리가다 보면 이 추운 겨울 낙후한 목선을 타고 추운 바다가에서 목숨을 걸고 물고기를 잡고 있는 북한 어부들의 모습을 엿볼수 있습니다.

노동신문에 의하면 지금 북한 동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고기 잡이는 순전히 그저 물고기 잡이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제가 신문기사 일부분을 읽어드리겠습니다.

‘돌격전의 맨 앞장에는 우리의 미더운 일군들이 서있다’

‘사색도 실천도 들끓는 전투현장에서’

‘이들의 이신작칙의 모범을 따라 온 사업소가 산악같이 떨쳐나 만선의 배고동소리를 높이 울려가고있다’

‘지금 사업소의 모든 《단풍》호고기배들이 더 높은 증산목표를 내걸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리고있다’

‘물결은 2~3m, 바람속도 15~20m/s 세찬 파도가 선창을 날아넘으며 조타실을 들이친다’

‘대화기를 통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것을 지시하는 사업소지령원의 다급한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러나 멈춰서거나 되돌아서는 고기배는 없다’

‘중심어장을 바로 눈앞에 두고 날바다와 싸우기를 주저한다면 우리 어찌 황금해력사의 첫페지를 쓴 주인공들이라 떳떳이 말할수 있단 말인가’

김정은이야 물고기 대풍을 마련하라고 한번 지시하면 되지만 수산부문의 어로 전사들라고 불리우는 어부들은 결국 사지판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은 작은 배를 가지고 겨울에 물고기 잡이를 한다는게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 남한이나 일본에서 해역에서 발견되는 북한 고기배들은 고기배라기 보다는 전마선 즉 대부분 길이가 12m, 폭 3m 정도의 배와 배 사이에 연락을 다니는 수준의 쪽라고 합니다.

농사를 잘 해서 군인들과 주민들을 배불리 먹여야 하겠는데 식량이 부족하니 생선이라도 많이 잡으려는 김정은의 심산은 이해는 갑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꼭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은 중앙집권적인 사회주의 집단 어업 방식이 아닌 각 지역 군부대, 기업소, 기관 등 권력기관 산하에 독립적인 수산사업소를 만들어 조업하는 형태로 바뀌웠습니다. 그렇다보니 대형어선들은 점차 없어지고 결국 작은 어선위주로 나가게 됐습니다.

배가 너무 작아 지난 몇해동안 수많은 북한 어부들이 시신이 되어 일본해에 백골로 도착했는데 북한이 비용문제로 어민들의 유해조차 찾아가지 않아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정권은 핵무기를 가지고 강성대국으로 진입하겠다고 되새기고 있는데 북한 어민들은 더 많은 고기를 잡으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관철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소형 목선을 타고 죽음의 바다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이제라고 핵개발을 중지하고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어 이 추운 겨울날 북한 어민들이 사지판으로 나서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