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공포에…北 선전선동부, 방송 내용 바꿨다

백두산 답사 추동에서 코로나 방역 강조로 내용 전면 수정…"김여정 방침에 따른 것"

평안북도 인민병원에서 보건인력의 방호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선전선동부가 매일 아침 벌이는 방송사업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내용으로 전면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지난 7일 방송사업의 내용을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에 대한 것으로 바꾸라는 김여정 동지의 방침이 당 선전선동부에 내려졌다”며 “이에 따라 9일부터 비루스 방역에 관한 내용으로 실제 집행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당 선전선동부는 도 소재지, 시당 선전선동부는 각 시의 중심부에서 아침마다 방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사업이란 확성기를 여러 개 달고 있는 방송차가 방송원을 태우고 비교적 사람이 많은 출근 시간에 광장 마당이나 역전, 벌이버스 정류장 등을 옮겨 다니면서 현장 방송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에는 전체 주민들의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를 추동하는 내용으로 방송을 진행했으나, 김여정의 지시가 내려지고 난 뒤에는 코로나19 방역에 관한 것으로 방송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대유행)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주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그는 “방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백두산으로 가리라’라는 노래를 틀면서 백두산 답사 열풍을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방송했는데, 지금은 코로나비루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만리마 기수’라는 노래를 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소식통이 언급한 노래 ‘우리는 만리마 기수’는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곡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단·여단·연합지휘부 정문에도 매일 아침 군관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군 방송원들이 방송차에 타고 코로나19 방역에 관련한 내용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당 선전선동부에 내려진 김여정의 지시가 군 선전선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으로, 김여정이 당과 군의 선전선동 부문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반 주민들의 출근 시간은 오전 7시 30분~8시, 군인들은 그보다 조금 이른 오전 7시~7시 30분으로, 당·군의 선전선동부 방송원들은 이 시간에 맞춰 해당되는 장소에 나가 약 30분간 방역 수칙 등에 대해 방송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방송의 내용은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착용하라 ▲일정 간격으로 거리 두기를 하라 ▲따뜻한 소금물로 함수하라(양치질하라) ▲손을 자주 씻어라 ▲격리시설에는 절대 접근하지 말라 등 기본적인 전염병 예방 위생 수칙을 일러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이에 더해 북한 당국은 ‘이것은 자신만 건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체제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기본 위생 수칙을 지키고 이행하는 것에 상당한 의미까지 부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방역과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을 제도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중대한 과업으로 여겨라’, ‘지금은 당의 예방학적 사업을 집행하는 데 있어 충신과 역적을 가를 수 있는 시금석이다’라는 등의 언급으로 주민들이 위생 수칙과 국가의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당부·독려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선전선동부가 매일 최신 정보를 반영해 새로운 내용으로 방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김여정이 방송 내용을 수정할 데 대한 지시를 내리면서 매일 똑같은 내용으로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방침을 집행하는 선전선동부는 매일 오후 구체적으로 사업보고를 하는데, 어떤 내용으로 방송을 했는지, 어떤 새로운 내용이 있었는지 등을 상세하게 담아 당 조직지도부에 보고서를 올려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방역 관련 내용으로 방송하라는 김여정의 방침이 내려져 지금과 같은 선전선동부의 방송사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