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아서라도 휴대전화 장만”…북한판 ‘폰 푸어’ 출현?

북한 스마트폰
각종 지능형손전화기들. / 사진=서광 홈페이지 캡처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6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 휴대전화 구매를 위해 집을 파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가 생활필수품이 되면서 이를 구매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사람도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소득이 낮아 자기 집도 마련하지 못한 주민들도 손전화(휴대전화) 구매는 필수로 인식되고 있다”며 “일부 북한 주민들 속에서 집을 팔아 손전화를 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스마트폰 도입 초창기에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명 ‘폰 푸어’(Phone poor)의 출현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북한에서도 소득수준이 낮아 휴대전화를 사기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이를 구매하는 ‘휴대전화 푸어’(poor)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휴대전화는 일반적으로 100~300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있으며, 고가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250~700달러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농어촌 지역의 주택가격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다. 본지가 지난 2018년 북한의 주택가격을 조사한 결과, 주요 대도시 인근 농어촌 지역의 주택가격은 대략 85~700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北, 빈부격차 심화…”평양 중구역 아파트, 외곽과 56배 차이”)

이에 미뤄볼 때, 집을 팔아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주민들이 나타나는 현상은 대도시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일부 저소득층 사이에서 부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 북한 도시에서 중심지역과 주변(농어촌)지역의 주택가격(달러)과 격차

도시 중심구역 주변(농어촌) 중심과 주변격차(배)
평양 중구역200,000~300,000 700 285~428
평성 중덕동100,000~150,000 500 200~300
신의주 본부동50,000~100,000 200 250~500
해주 해운동20,000~30,000 130 153~230
사리원 구천1동
30,000
120 250
원산 개선동
40,000
140 286
함흥 성천강구역
60,000
120 500
청진 포항구역50,000~70,000 150 330~460
남포 항구구역
30,000
100 300
강계 충성동
10,000
75 133
혜산 혜강동
12,000
85 141

소식통은 이렇게 무리해서라도 휴대전화를 구매하려는 주민들이 일부 나타나고 있는 배경과 관련, “친구나 가족들 사이의 만남도 휴대전화로 진행되면서 얼굴 보면서 만나는 횟수가 줄고 전화로 안부를 전하게 됐다. 손전화가 없으면 친구와 소통이 단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정보교환의 통로인 휴대전화가 없으면 사회적으로 고립된다고 생각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휴대전화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높은 관심과 구매 의지는 여전히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평양 소식통은 “조선(북한) 사람들은 굶더라도 전화는 들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밥도 먹지 못하고 담배도 제대로 피우지 못하는 사람들도 손전화는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본지는 청진 등 대도시에 ‘밥을 굶어서라도 타치폰(스마트폰)을 사겠다’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함경북도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밥을 굶더라도 구매”…최근 북한 청년들에게 떠오르는 잇템은?)

특히 북한 상인들에게 휴대전화는 시장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송금도 편리하게 할 수 있어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울러 청년층에게는 과시욕과 소유욕을 유발하는 대상이 됨과 동시에 멀티미디어 이용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북한에서 스마트폰은 송금·전자상거래·콜택시·원격 강의 등 다방면에 활용되고 있다. 외부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인터넷망에 연결돼 있지는 않지만, 내부망을 통해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