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에 싹다 물들어”…北, 부정부패 검열 위해 라선 ‘봉쇄’

유출입 막고 권력남용·치정관계 집중 조사...보위부장·반탐과장 평양으로 호송돼

북한 라선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자료 사진

북한 당국이 지난달 러시아와 접경을 맞대고 있는 라선특별시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을 실시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달 라선시 유출입이 통제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하는 ‘1호 행사’가 준비 중인 것 아니냐는 보도가 있었지만 실은 간부들의 부정부패를 조사하기 위해 ‘봉쇄’라는 강도 높은 조치까지 이뤄졌다는 것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5월 5일부터 20일 동안 라선이 봉쇄됐었다”면서 “간부들의 부정부패 현상이 심각하다는 보고가 상부에 전달돼 대대적인 검열이 진행되면서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남조선 안기부(한국 국가정보원) 사람이 라선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는 봉쇄를 위한 명분이었고 결과적으로 간부 검열이 핵심적 이유였다”고 전했다.

사실상 검열 기간 간부들의 출장 및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라선시를 봉쇄했지만 ‘간첩 색출’이라는 명목상의 이유를 들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은 지난 1991년 심각한 경제난 해소를 위해 라선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했으며, 외자유치를 목적으로 각종 세제 또는 행정적 특혜를 부여했다. 이 때문에 라선은 다른 북한 지역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반면 간부들의 부정부패와 권력 남용이 심각한 지역으로 알려져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검열은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지시로 이뤄졌으며 라선시 보안국과 보위국 및 도당 검열대가 주축이 돼 간부들의 업무 평가, 당 생활 참여도, 개인 생활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중앙당 조직지도부 지도 소조는 라선시당에 틀어앉아 일군(일꾼)들의 당 생활 자료, 개별 동향 자료를 샅샅히 들여다보고 간부들을 한명씩 불러 사업정형 평가를 진행했으며 시 보안국과 보위국은 문제가 있는 간부들을 체포하고 구류장에 구속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간부 검열에서는 주로 탈세와 직권 남용, 치정 관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검열기간 라선시로 출입하는 인원에 대한 검열도 함께 진행됐는데, 이를 위해 진입 차량과 인원을 조사하는 10호 초소에 병력 배치가 증원됐다고 한다.

10호 초소 병력들은 라선시 진입자들의 소지품을 조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휴대전화 내용 검열 및 신체 검사 등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겉옷은 물론이고 머리까지 풀어보라고 하는 등 상당히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라선시에서 위조화폐가 유통되고 있다는 정황도 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가짜 내화를 누가 제작해 어떤 경로로 유통 시켰는지, 현재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위조화폐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검열로 라선시 부위부장과 반탐과장이 간부들의 부정부패 및 위조화폐 유통 등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평양으로 호송됐으며, 조만간 재판이 이뤄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라선시 주민들은 이번 검열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나라가 돈을 벌기 위해 라선을 판 것이기 때문에 이미 자본주의 황색바람이 들어 아무리 검열을 강하게 해도 이를 되돌리기는 힘든 일”이라면서 “그래도 라선 시민들은 이번 검열로 간부들과 일반 인민들간 빈부격차가 좀 해소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