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SLBM?…北, 실무협상 앞두고 대미 압박용 도발

북극성2형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17년 5월 22일 북한의 중장거리 전략 탄도탄 ‘북극성 2형’ 시험발사 장면을 보도했다. /사진=연합

북한이 2일 또다시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지난달 10일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이후 22일 만이자, 올해 들어 11번째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둔 상황에서 대화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오전 7시11분 경 북한이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미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북극성 계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의 최대 비행고도는 910여㎞, 사거리는 약 450㎞로 탐지됐으며, 추가적인 제원은 현재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우리 군은 추가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북한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7시 50분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오늘 북한의 발사와 관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밀 분석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보도자료에서 “북한이 10월 5일 북미협상 재개를 앞두고 이러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북한의 의도와 배경에 대해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며 “상임위원들은 이번 북미 간 협상이 성공적으로 개최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을 위해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번 북한의 발사 의도와 관련해서는 현재 전날(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진행된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무기들이 공개된 데 대한 반발 차원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북한이 미국과 실무협상을 열기로 했다고 밝힌 직후에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 대미 압박 의도로 풀이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이번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조미(북미)쌍방은 오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발표가 나온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에도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지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발사체를 쏘아 올린 바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금 북한은 미국을 더 압박하기 위해 화전양면 전술을 전개하고 있다”며 “이번 발사도 북한 주도의 협상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전술적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신 센터장은 “북한이 현재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는 것이고, 실무협상 전에 예비접촉을 하겠다는 것도 그것(새로운 계산법을)을 가지고왔나 확인하기 위함일 것”이라며 “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지 않으면 계속 도발로 가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도 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게 이번 발사의 일차적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환담과 만찬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그동안 북한은 미국에 지속해서 ‘새 계산법’을 요구해왔다. 북한은 단계적 접근을 주장하며 체제안전보장과 제재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비핵화의 정의와 범위, 로드맵과 관련한 포괄적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던 ‘리비아 모델’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른다”며 ‘새 방법론’을 언급해, 북한과의 이견을 해소하고 접점을 모색할 대북 협상안이 마련되고 있는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 방법론’에 기대감을 드러내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해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 27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대북) 접근방식을 지켜보는 과정에 그가 전임자들과는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로서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걸고 싶다”면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에둘러 촉구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달 20일에는 김명길 북한 실무협상 수석대표가 담화를 내고 “미국 측이 이제 진행되게 될 북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고 말했고, 지난달 9일 최선희 제1부상 역시 담화에서 “미국 측이 북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