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발달로 북한서 택배 알바도 생겨났다”

평양시내를 달리고 있는 트럭.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진행 : 한주간의 북한 소식입니다. 오늘도 강미진 기자와 함께 하겠는데요. 강 기자, 첫 번째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 네, 북한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요, 최근에는 전국적인 유통이 활기를 띠면서 그에 따른 여러 업종이 생겼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스스로 삶의 질을 개선해나가는 것이라고 보는데요.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유통시장 발달과 그에 따른 업종 및 주민 생활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진행 : 네, 북한에서 유통은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체로 열차로 이뤄져 왔었는데, 최근에는 달라진 모습이죠?

기자 : 네, 일단 유통은 90년대 중반에 있었던 고난의 행군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눠봐야 하는데요, 이전에는 중앙 계획에 따라 국가가 운영했다면 이후엔 기관 기업소와 개인이 중심입니다.

계획경제가 살아있던 시절에는 국가가 지시한 계획에 따라 각 단위들에서의 유통도 큰 지장 없이 진행됐었습니다. 물론 시간은 많이 걸렸죠. 당시는 평안남도 온천군이나 황해남도 배천군에서 보낸 수화물이 양강도 두메산골까지 오는 기간이 3일 정도 걸렸으니까요.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모든 시스템이 붕괴됐고, 이젠 주민들의 노력으로 발달되고 있는데, 다름아닌 써비차를 활용한 유통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죠.

진행 : 그렇다면 유통을 과거 국가가 주도할 때와 비교해 보면 현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기자 : 네, 이전엔 국가기관인 체신국(우체국)과 철도국을 통해 유통이 이뤄졌다면 지금은 개인 혹은 기관에서 유통을 관리한다는 것이죠. 이전에는 체신소에서 어떤 상품을 소포로 포장해서 보내곤 했는데 규격이나 무게 등에서 제한을 받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 물기가 좀 있거나 운반 도중 변질이 우려되는 상품은 전혀 취급하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주민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개인이나 기관에서 운영하는 유통망을 활용하고 있죠. 체신소에서 꺼리던 조개나 해산물도 냉동차를 이용해 운반이 가능해진 상태이고, 택배 크기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거죠. 얼마 전 통화한 북부지역의 한 주민은 지금은 아무리 먼 곳이라고 해도 보내고 받을 수 있어 주민들이 너도나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 : 북한 내 유통시장 발달로 생긴 직종,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 네, 유통이 활성화되면서 곳곳에 ‘짐쏘기꾼’과 ‘짐받기꾼’이 생겼고 주민들이 맡긴 택배를 관리하는 ‘차주’와 ‘돈주’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쏘개짐 정거장(택배물건을 실은 화물차 주차장)’을 관리하는 관리인들도 생겨고요. 유통 하나에만 여러 직종이 새로 생긴 것이죠.

진행 : 북한 용어를 갑자기 많이 말씀해주셔서 좀 어려운데요,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 북한 주민들은 ‘쏜다’ ’쏘기’를 빠르다라고 인식하고 있거든요. “총을 쏜다, 총알이 나가는 속도도 빠르죠” 이 설명은 북한 주민이 직접 해준 것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편리함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서비스도 갈수록 발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 : 유통량이 많아지면서 주민들의 생활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 네, 많은 변화가 있죠. 우선 원하는 물건을 언제든지 소유할 수 있다는 관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상품을 사용하면서 생활도 편리해 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얼마 전 양강도의 한 주민 가족이 약혼을 했다고 하는데요, 약혼식에 필요한 상품을 시장에서 구매하기도 했지만 짐쏘기차를 이용해서 다른 지역 친인척들이 보내오는 식품들도 사용했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앉은자리에서 냉동차로 싱싱한 동서해 물고기를 먹을 수 있고, 황해도 지역에서 나는 과일들도 이틀 정도면 받아볼 수 있어서 주민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합니다.

진행 : 북중 국경 지역의 경우 중국산 상품 유통이 더 빠르지 않았습니까?

기자 : 네 그랬었죠. 내륙에서 생산되는 과일을 가져다 먹기보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중국 시장 물품을 들여오는 게 더 빨랐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국내산보다 중국산이 더 익숙했던 시기가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내부 유통이 활발해져서 중국산이 국내산에 조금씩 밀리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 : 우체국에서 소포를 보내는 절차는 한국과 비슷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개인이나 기업들이 운영하는 시스템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기자 : 네. 물건을 보내는 주민은 받을 사람에게 어떤 상품을 얼마만큼 요구하는지 사전 연락을 합니다. 이후 상품을 구매한 후에 주차장에 가서 목적지로 가는 차량을 찾아 운송을 주문하게 됩니다.

짐쏘기꾼은 쏘개짐차량의 차주와 돈주에게 보낼 지역의 받을사람 주소와 전화번호를 남기고 어떤 물건인지 박스 위에 적습니다. 차주나 돈주는 물건 중 무게가 있고 상할 수 있는 물건들은 될 수 있으면 바닥에 적재하고 가볍고 상하지 않을 물건들을 위에 쌓아두는데요, 일부 차량에서는 짐을 쌓을 때 삯벌이꾼(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짐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출발한 후 목적지에 도착하면 받을 주민에게 연락이 가게 됩니다. 짐을 받을 주민은 이미 보낸 사람에게 연락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확인하고 받아가면 됩니다. 여기서 이동비용은 보통 보내는 사람이 지불하곤 하는데요. 이런 게 가능한 것은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률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진행 : 마지막으로 시장 물가 동향 전해주시죠.

기자 : 네,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한 최근 시장물가 동향 전해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인데요, 1kg당 평양 5000원, 신의주 4990원, 혜산 5200원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한화로 계산하면 쌀은 약 654원 정도입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인데요, 1달러 당 평양 8500원, 신의주 8430원, 혜산 857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